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by Eun

“어머니, 하랑이가 바지를 가위로 잘랐습니다.”

회의 중 울린 전화벨은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어디 걸려 찢긴 게 아니라

본인이 잘랐다고 했다.

서둘러 친정엄마에게 전화해

갈아입을 바지를 전해달라 부탁했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을 때,

아이는 혼자 운동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주변은 시끄러웠고

내 아이만 늘 조용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또래와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정말 달라졌다.


또래들이 10만큼 자라고 있을 때

하랑이는 여전히 1을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웃으며 지내던 아이들은

조금씩 멀어졌고,

하랑이의 이름을 부르던 반가운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과잉행동은 없던 아이였는데

학교에서 점점 전화가 잦아졌다.


배가 아프다며 보건실에 가고,

그 핑계로 조퇴를 하더니

이번에는 바지를 잘랐다.


그제야 알았다.

부정적 관심이라도 받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을.


“왜 이래?”

“어디 아파?”

그 말이라도 듣고 싶어서.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또래와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하랑이는

기적의 아이였다.


나는 이번에도

기적이 올 거라 믿었다.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그래도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