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거북이

by 꿈꾸는 덩나미

바다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나는 한 마리 어린 거북입니다.


내 속에 새겨진 내비게이션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가다 보면 언젠가 바다에 도달하겠지요.


어머니는 뜨거운 모래 속에 알을 낳았고 나는 그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곳보다 내 어머니가 기다리는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그것은 오래된 우리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작열하는 태양이 내 몸을 녹여 버리기 전에


배고픈 새들이 나를 낚아채어 먹이로 삼기 전에


지각없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서둘러 바다에 도착해야 합니다.


나는 바다를 잘 모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곳은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살아온 곳입니다.


그 바다에 가면 친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바다에 가면 나의 삶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 바다에 가면 한없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 바다는 영원한 우리의 고향입니다.


그래서 그 바다로 가는 걸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 모래 언덕을 넘어 수풀 사이를 지나서


자갈밭에 몸을 부딪치며 가다 보면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쳐 지나가고


어디선가 쏴아~ 파도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곳은 나의 고향입니다.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이 꿈틀대는 걸 보면 이제 바다에 거의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앞다투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부드러운 블루 코발트 비단이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감싸줍니다.


이제 우리는 이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며 이 바다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여기는 나의 고향이며 우리의 생명의 근원인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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