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보름 만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다 보니 몸도 아파 일주일째 허덕이고 있다.
목소리가 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인데 3일째 목이 잠겨 거위처럼 꺽꺽 소리를 내며 일을 하고 있다.
나도 타인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다.
계속 미지근한 물을 마시다 보니 화장실도 수시로 들락거리고 기침 한 번에 목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
이쯤이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10월에는 휴일이 많다 보니 이기적인 마음에 이달만 버티어보자 싶어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시 귀가하였다.
휴일동안 푹 쉴 참이다.
그러면 몸도 회복이 되겠지...
문제는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는 것이다.
나이 많아 재 취업을 했더니 텃새가 장난이 아니다.
남편은 텃새가 아니라 직장갑질을 하는 것이니 증거를 모으라고 한다.
에고, 능력이
딸리는 내 탓이려니 생각을 하다가도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서 버티어 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 계통의 일을 오래 하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 생각했었다.
악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환경이나 성장과정의 상처로 인해 마음의 병이 든 사람들은 긍휼히 여기고
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에 대해 시간을 주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나 싫어? 나도 너 싫어...
네가 그따위로 나를 대한다면 나도 너를 철저히 무시해 줄게...
아! 아!
나의 마음이 병들고 있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랴....
아침까지 늦잠을 푹 잤다.
병원에 가려고 하다 보니 개천절 휴무라고 한다.
남편은 어젯밤에 아파 헤매고 있는 마누라를 두고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겠다고 떠났고 새벽에 대청봉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래, 당신이라도 즐거우면 되지 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나에게 걸리적거리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려는 습성이 있다.
동료로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언젠가 읽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다.
호랑애벌레와 노랑애벌레가 이유도 모른 채 애벌레들이 기둥을 쌓아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동료애벌레를 밟고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보였을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정상에 선 애벌레는 절대 말해 주지 않았다.
애벌레들은 무엇이 있는 줄 알고 계속 올라가고 떨어져 죽고 또 올라가고...
인생을 너무 잘 표현한 책에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우리는 애벌레가 아니다.
노랑애벌레와 호랑애벌레가 늦게서야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듯이 우리는 그저 동료를 밟고 올라서는 그런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한다.
목적도 없이 애벌레 기둥을 쌓아 올라가지 말고 자신의 몸을 누에로 만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긴 시간인 것 같고, 세상과 단절된 것 같지만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각설하고.
나도 그런 나비로 태어나야 하는데 아직도 멀었나 보다.
내 생명이 다하는 날 나비가 되련가...
어쨌든 지금은 몸도 마음도 충전이 필요하고 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