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by 꿈꾸는 덩나미

가을이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시원한 바람, 알알이 영근 열매와 곡식들, 넉넉한 인심까지...


불면으로 밤잠을 설치게 하던 열대야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리고 가을은 깊은 잠을 선사한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어린양처럼 뛰놀고 어디선가 말은 살찌고 있을 것이다.


짜증 가득했던 계집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고


비로소 어미들도 그 속에서 행복한 밥상을 차린다.


나무들은 저마다 축제를 위해 알록달록한 옷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그 나무 그늘 아래에는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초록 들녘이 황금색으로 탈바꿈하면 부지런한 참새들이 이리저리 기웃댄다.


빨갛게 익은 사과는 사랑에 눈 뜬 처녀 얼굴처럼 달아오르고


사방으로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걸 보니 분명 가을이 온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부부는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코스모스 사이로 걸어가고


어느새 꼭 닮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의 얼굴 속에 내가 있고 나의 얼굴 속에 당신이 있다.


함께 걸어온 길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남은길도 그렇게 걸어가자고 손끝으로 약속을 한다.


이렇게 가을은 마음의 곳간을 채우고 그 사랑을 흘려보낸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결국은 오고야 만다는 것을...


그 시간을 움직이는 건 우리가 아니라 그 시간의 주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마음껏 행복해져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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