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용기가 필요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by 꿈꾸는 덩나미

한 달여간 새로 취업한 직장에 그만두겠다고 의사전달을 했다.

어지간하면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나의 거지 같은 책임감은 잠시 던져두었다.

차라리 몸은 고되어도 마음은 편한 단순 노동을 하고 말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내가 하는 일도 노동 중에 가장 강도가 센 일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일이야 힘든 건 견디어야지. 내가 선택했고 내가 해온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동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나의 몸과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곳 분위기도 익히기 전인 나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며 경력을 운운했다.

항상 나의 자랑이었던 경력이 나의 수치가 될 줄이야...

그녀는 일요일에도 톡을 보내오고 은근히 직장갑질을 했다.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건 예사였다.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울음을 터뜨렸고 최신폰으로 웃는 모습만을 찍어 부모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폰만 들이대면 울다가도 미소를 짓는 게 너무 신기했다.

활동지는 교사의 손에 의해 척척 꾸며졌고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되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각설하고

나는 한 달 동안 감기를 달고 살았다.

아이들이 코 앞에 와서 기침을 해 대니 별수 없었다.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워 이 감기가 나을 기미도 없었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 부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강도 높은 노동에 얼마나 힘이 들면 저럴까 싶은 교사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일이 아니었다. 나의 거지 같은 책임감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살아야겠다.

마무리를 해 주고 싶었지만 그전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내가 여기 와서 얻은 건 몸무게가 3킬로 빠졌고 이일에서 은퇴를 번복한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었고

나의 감기가 남편에게까지 전염되어 그도 병원을 수시로 드나든다.


사람이 뭘까?

한동안 잊고 지낸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일까?

사람이 신의 형상으로 제조되었다는데 연민과 사랑은 가족들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소리 지르고 강해야만 살아남는 것일까?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이중적인 인격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들에게 당당히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마음의 실타래가 엉겨버려서 이것을 풀려면 답이 없을 것 같다.

엉긴 실타래는 자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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