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요란한 순간이 지속되면 터져 버린다. 최고의 순간이란 것에도 아마 종류가 많겠지만. 그게 무엇이든지 어느 선에 다다르면 견디지 못한다. 터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추가 흔들리는 신호를 잘 듣다가 최고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 건 아닐까. 혹은 터져 버리기 전에 일러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서로를 잘 지켜보면서.>
요즘 읽고 있는 송지현 작가의 [오늘을 돌아가 볼까]라는 소설 속의 한 문장이다.
내가 터져 버렸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린 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내가
내 속의 추가 사정없이 흔들리더니 터져 버린 것이다.
파자마데이와 뻥튀기 놀이. 지도 점검. 생일잔치. 발표회... 크리스마스행사...
끝없는 행사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며칠 전부터는 지도점검준비로 야근을 했다.
서류부터 청소에 보육까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나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하는 손길을 외면하지 못해 다 들어주고자 애를 썼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내 속의 추가 거세게 흔들렸다.
드디어 꽝 폭발을 했다.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호구냐고.
왜 내 뒤에서 험담을 하느냐고 앞에서 정정당당히 말하라고.
그들은 착한 내 모습만을 봐 오다가 이런 내 모습에 아연실색을 했다.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싸웠다.
미안하지만 내 속에 말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텐데 오늘은 한번 싸워보자. 기회다!!
눈알을 부라리며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눈물도 같이 터지고 말았다.
싸움의 기본은 먼저 눈물을 보이면 지는 것이다.
아! 자존심 상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나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했다.
나와 싸웠던 그녀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다가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화답을 한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았던 많은 이들도 어제 일을 잊어버린 듯 상냥하게 대해 준다.
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여전히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행사지옥이 연달아 기다리고 해야 할 일을 첩첩산중 쌓여 있다.
야근 수당도 없는 야근은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며 그 속에 우리의 추가 또 세차게 흔들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