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은 취미부자다.
그는 색소폰을 분다.
사업 실패 후 경기도로 올라간 남편은 틈틈이 남는 시간을 색소폰을 배워 불기 시작했다.
배운 지 한 달 만에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색소폰으로 축가를 대신했다.
그의 넘치는 용기는 간혹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삑싸리가 나든지 말든지 부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더 당혹하는 이 알 수 없는 이질감...
2~3년을 열심히 불고 이곳저곳 기웃대더니 슬금슬금 열정이 식어갔다.
참 다행이다 싶었다.
평소에 산을 좋아한다고 떠들어대더니 산행을 시작했다.
근처 수도권의 북한산, 수락산, 아차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산들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오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선포하고 지리산 종주니 설악산 종주, 덕유산, 공룡능선,
백두대간선자령, 삼악산, 내장산... 무수히 많은 산들을 오르내리며 행복해했다.
지리산은 몇 번을 다녀왔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그래, 당신이 행복하다면야뭐...
그런 그가 마라톤을 시작했다.
젊어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서...
5킬로를 뛰고 10킬로를 뛰고 하프 마라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여름부터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그러더니 인천까지 가서 10킬로를 뛰고 왔다.
"10킬로 아무것도 아니더라..."라며 한강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
"그까짓 거 별거 아니네..."라며 메달을 목에 걸고 의기양양 집에 들어왔다.
이제 3월 1일에 있을 마라톤을 준비한다.
의상은 뭘 입어야 할지...
42.195km를 완주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내 남편은 취미부자다.
자신의 삶을 즐겁게 개척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친 열정이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나는 취미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워낙 감성적인 사람인지라 조용히 생각하고 끼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부자인 남편을 둔 나는 오늘도 그의 열정이 조금만 식어 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