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by 꿈꾸는 덩나미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어머니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현실을 부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분명히 곁에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그것이 사실이면서도 내 자아는 현실을 부인하길 원한다.

어머니는 도대체 어디로 가신 것일까?

어머니 살아계실 적 고향으로 가면 어머니친구분들이 한분씩 자취를 감추었다.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를 이뻐해 주었던 영미 엄마도, 골목 맨 안쪽에 사신 희철이 엄마도,

우리 뒷집에 살던 내 친구 민숙이 엄마도...

다들 우리 어머니보다 건강하신 분들이었는데 한분씩 한분씩 사라져 갔다.

내가 궁금해하면 어머니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먼 길 갔다 아이가."라며 담백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쉽게 가는 길인데 나는 와 이리 힘드노..."라며 자신에게 닥쳐올 일을 기다리는 눈치셨다.


어머니는 대문 앞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는 분인지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속으로 누구네집

식구인가 어림짐작 하기도 하였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천식을 앓아왔다.

몇 걸음만 걸어도 목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그래서 고작 집 앞에 있는 경로당에만 겨우 다니셨다.

고향에 내려가면 경로당 아랫목에 누워 낮잠을 주무시는 어머니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모두 부러운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어머니의 자랑이자 어머니의 사랑이었던 양념딸이 나였다.

어머니에게도 어김없이 그날이 찾아왔다.

특별한 아무런 느낌이 없는 날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떠나시는 것 같다고...

어머니와 이별이 언젠가는 올 줄 알았는데 그날이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이야...


어머니 가신지 만 1년 하고 몇 개월이 지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니가 앉아 계시던 빨간 플라스틱 의자는 삭을 대로 삭아 더 이상 의자로서의 가치가 없어졌다.

어머니의 흔적들이 하나씩 하나씩 지워지는데 나는 여전히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그리움만 커

가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가 가고 없으면 우리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잊어가겠구나... 아니면 그리움에 한 번쯤 엄마 생각을 하겠구나..

돌고 도는 인생...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살아있는 자는 추억을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왜 이리 어머니가 그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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