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by 꿈꾸는 덩나미

세상은 참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집 근처 외대학생식당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오늘 입금이 되었다.

그런데 내 계산과는 한참 다르다.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몇 명을 거쳐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내가 일한 시간은 분명 휴게시간 빼고 6시간인데

5.5시간으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왜?

"아니! 여사님! 분명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휴게시간 빼고 5.5시간이 맞잖아요?"

"저는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일했는데요? 처음부터 그랬잖아요?"

"저희는 6.5시간 일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래서 여사님은 5.5시간으로 저희가 정했고요?"

"언제요? 저는 처음부터 8시 30분 출근에 오후 3시 퇴근이라고 들었어요."

"그럴 리가요?"

나의 착오일까? 그쪽의 착오일까?

서로 언성만 높이다 마음이 상해 전화를 끊었다.

나의 30분이 도둑을 맞은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면접을 보러 갔다.

가장 예쁜 옷으로 차려입고 적당히 옅은 화장을 하고 버스를 타고 봄바람을 일으키며 도착을 했다.

그런데 "어머! 저희는 구인광고를 낸 적이 없어요. 이름이 같은 다른 곳인가 봐요."

면접을 보기로 한 곳에 전화를 했다.

"네, 저희는 00동이에요... 그곳에서 조금 거리가 있답니다."

아! 이곳도 틀렸다.

자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다.

나온 김에 다른 곳도 면접을 보고 가야겠다 싶어 전화를 했다.

우리 집과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차가운 인형 같은 교사가 맞은편에 앉아 나를 면접하는데 보조교사를 구한다고 한다.

이 먼 거리까지 와서 보조교사를 할 수는 없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리 집에서 조금 가까운 곳에 구인광고가 올라왔다.

"제가 지금 면접을 보러 가도 될까요?"

"네, 오세요."

키가 작고 아담한 원장이 나를 이리저리 살핀다.

자신은 석사까지 했다는 자랑을 곁들이며 나의 학력을 물어온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이 학력과 나이가 아니던가!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당당히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이가 좀 많긴 하죠?"

이 나이에 원장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아직 교사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니...

이래서 더 이상 이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배운 게 도적질이라더니...

원장은 나를 상대로 30분 이상 떠들어댔다.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이며 배움에는 끝이 없다느니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 아이들에 대한 나의 마음...

슬며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때쯤 손님이 와 주어서 일어날 수 있었다.


남편이 새까매진 얼굴로 들어왔다.

하루 종일 길에서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햇빛에 노출된 모든 부위가 까맣게 그을렸다.

그래도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사실에 감사를 드렸다.

티브이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악마의 얼굴처럼 피어오르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아침에 분명히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했을 텐데...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달이 되고 있다.

그들의 가족들은 얼마나 처참한 심경일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예고되지 않은 이별은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죽음은 누군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속에 이렇게 잔혹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그래서 도둑맞은 나의 30분도, 새까만 얼굴로 퇴근한 남편도, 구직활동을 위해 애쓴 나의 하루도 감사하다.

살아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가족을 잃은 누군가의 애통한 눈물에 조용한 위로와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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