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시어머니
여기 준비된 시어머니가 있습니다. 며느리 되실 분 손들어보세요!!
by
꿈꾸는 덩나미
Ju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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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친구들이나 내 또래정도 되는 많은 이들이 자식을 결혼시킨다는 소리가 왕왕 들려온다.
다음 달에는 부산에 사는 나보다 6살이나 어린 내 친구가 딸을 결혼시킨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어떤 친구들은 손주를 보았다며 아기 사진으로 프로필을 도배를 하기도 한다.
어느새 우리 나이가 사위나 며느리를 맞이하고 손주를 볼 나이가 되었나 보다 싶으니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체감하게 된다.
남편은 주말마다 결혼식 아니면 초상집엘 간다.
부모님을 보내드릴 나이대가 된 반면 또 새 식구를 맞이할 나이대가 된 것이다.
같이 일하던 젊은 새댁이 시어머니에 대해 끝없는 험담을 늘어놓았다.
아기를 잘 봐주지도 않을뿐더러 맡기기에도 미덥지 않고, 며느리는 딸도 아닌데 말을 함부로 한다느니, 자신에 대해 배려가 없고 아들은 이따위로 키워놓았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듣고 있자니 영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될 사람으로서 불편하기도 하고 이 당돌한 젊은 새댁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 그 시어머니는 알기나 할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은 보이기나 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친정아버지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렇게 애교스러운 딸이 또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기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아빠랑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예뻤다.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에 대한 온도차이가 너무 커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미래에 나도 시어머니가 될 텐데 내 며느리가 나를 저렇게 대한다면(설령 나 안 보는데서라도) 얼마나 속상할까 싶기도 했다.
평소에 내 며느리로 삼고 싶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성장과정을 봐온 아이다. 성격이 밝고 명랑하고 온화했으며 예의도 있었다. 딸이 없는 내게 며느리감으로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집의 화목한 분위기가 제일 좋았다.
그런 환경 가운데 자란 아이라면 몸도 마음도 건강할 것이고 내 며느리가 된다면 그 밝은 에너지로 덩달아 행복해질 것 같았다.
나름대로 기도 하면서 우리 아이가 졸업하고 든든한 직장이 생긴다면 한번 말을 해 볼까 하고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다음 달에 딸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그동안 남자친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김칫국을 마신 나 자신이 한심했다.
생판 모르는 집 아이가 며느리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그 아이의 성장과정 그리고 부모끼리도 모두 잘 알아서 서로 자식을 나눠가지면 좋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그것도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닌가 보다.
남의 집 자식을 가족으로 들이는 게 결혼이 아닌가!
그러면 그 아이에 대해 나는 부모가 되는 것이고 그 아이는 우리 집 일원인 동시에 자식이 되는 것이다.
나는 공공연히 사람들에게 말해 왔다.
"난 시어머니가 될 준비가 다 되어 있어. 나처럼 완벽한 시어머니가 어디 있을라구"
요즘 아이들은 간섭을 싫어한다니 아들이 결혼하고 나면 아들집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고 우리 집에도 가끔씩 손님처럼 들러줘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본인들끼리 잘 살고 양가집에는 할 도리만 하면 되는 거지 싶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 관계보다는 정말 가족이 되어 더 친밀해진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딸이 없는 나는 며느리를 정말 이뻐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이뻐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는데 그렇다면 적당히 이뻐해야지 뭐. 나보다 더 딸을 좋아하는 남편에게도 주의를 줘야겠다.
이미 며느리를 본 친구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준다.
며느리가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시어머니로서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아들들은 아직 여자친구도 없고 결혼은 먼 얘기인 것 같은데 엄마 혼자 시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부산에 사는 아들친구는 벌써 둘째를 낳는다고 한다.
슬쩍 아들귀에 흘려보내도 아들은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결혼을 한다고 해도 슬며시 걱정이 될 것 같기는 하다.
하기야 그렇게 따지자면 누군들 성숙해서 결혼을 하나 뭐. 살다 보니 성숙해지는 거지...
요즘 아이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고 한다.
그 가운데 결혼을 포기하고 일인가구로 사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그렇다면 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 생각도 든다.
물론 선택은 본인들이 하는 것이지만 나이 든 나는 시어머니가 한번 되어 보고 싶다.
"여기 준비된 시어머니가 있습니다. 며느리 되실 분 손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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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2025, 여름풍경
01
준비된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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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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