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합니다.
아파트 2층에 살다 보니 여름 한 철이 괴롭다.
매미란 놈이 방충망에 매달려 있는소리 없는소리 다 내지른다.
처음에 이곳으로 왔을 때는 방충망 너머에 있는 나무들이 너무 보기 좋아 이사를 잘 왔다고 생각을 했다.
거실 통유리를 초록 나무로 채웠을 때 한강뷰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집은 초록 나무뷰라고 동네방네 떠들어 댔다.
그런데 여름이 오자 불청객이 찾아왔다.
매미란 놈이었다.
그것도 나름대로 낭만이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매미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나는 집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면서.
그런데 여름이 점점 깊어지자 낭만에서 소음으로 변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나무에서 우는 게 성에 차지 않았는지 우리 집 방충망에 서너 마리가 돌아가며 매달려 소리를 내지른다.
"이놈의 매미가..."
귀가 따가울 만큼 시끄러워 나도 모르게 모기 살충제를 들고 나왔다.
모기 잡는 약은 매미를 향해 사정없이 뿌려졌다.
당황한 매미가 방충망에서 떨어져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숨겼다.
순간 '내가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는 2~3주를 살아가기 위해 땅속에서 10년 넘는 유충 생활을 한다는데 내가 그 짧은 매미의 삶을 더 앞당길 필요가 있나 싶었다.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은 종족번식이 본능이거늘...
제 짝을 부르기 위해 온몸으로 소리를 내지르는 저 매미의 짧은 삶에 내가 끼어 들려하다니...
매미는 그렇게 삶을 불태운다.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자신의 생명을 암컷 몸속에 불어넣은 후 처연히 죽어간다.
사람이나 매미나 한 순간을 불태우는 건 마찬가지다.
70~80 평생을 사는 인간이라 해도 그 삶이 길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아주 짧은 찰나의 삶이라고 다들 입을 모은다.
이 찰나의 삶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매미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우리도 그렇게 최선의 삶을 사는 걸까?
오늘 매미는 나의 삶의 스승이었다.
한낱 미물인 매미조차 창조자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건만 신의 형상을 닮았다는 인간인 나는 쉽게 낙망하고 쉽게 좌절하고 쉽게 주저앉는다.
그리고 살충제를 손에 들고 최선을 다하는 매미의 삶에 끼어들려고 하고 있다.
마치 내가 그들위에 있는 신이라도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