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내가 만난 아이 중에 가장 개구쟁이였으며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by 꿈꾸는 덩나미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다음 해에 만난 아이가 강이었다.

강이는 쌍둥이로 태어났고 에너지가 많은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였다.

그리고 몸이 조금 불편했다.

만 3세 아이였음에도 운동을 많이 하여 근육이 단단하고 기질은 남자다움 그 자체였다.

얼마나 개구쟁이인지 50대의 나이 든 아줌마 교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교실에 비치된 색연필은 늘 강이 손에 의해 뚝뚝 부러졌고 크레파스는 높은 곳에 올려 두지 않으면 온 교실이 강이의 캔버스가 되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화장실에 휴지가 통째로 변기에 빠져있거나 교실바닥에는 물이 흥건하여 나를 기겁하게 했다.

그래서 강이에게서 눈을 떼면 안 되었다.


우리 교실은 3층에 있었다.

아침에 강이가 등원을 하면 1층까지 데리러 내려가야 했고 중간에 하원을 하게 되면 1층까지 다시 데리고 내려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옆반 선생님이 도와준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많은 피해가 갔다.

모든 문제가 강이로부터 시작되고 강이로 끝났다.

훈육을 해도 그때뿐이었다.

아이들을 슬쩍 건드려 짜증을 유발하게 하고 다툼이 생기기도 하였다.

모든 학부모들 입에서 강이가 누구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어 원장님께 면담을 청했다.

"아니? 교실에 그런 애 한 명 정도는 누구나 다 있어요... 선생님 경력이 얼마인데 그 아이 하나로 쩔쩔매나요?"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놈의 경력...


강이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체험활동이나 견학은 거의 가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고구마 캐기 활동에 강이가 한번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어머니가 요청을 해 왔다.

나도 그런 경험을 강이에게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갈 용기가 없었다. 나에게는 강이외에도 15명의 아이가 있었다.

결국 보조교사를 붙여주겠다는 원장님 말씀을 믿고 실외활동을 나갔다.

원장님이 보조교사를 자처했다.

'강이 한 명 정도야' 하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을 한 듯했다.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원장님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강이가 저 정도였어? 아휴! 선생님 힘들었겠네..."

강이가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원장님은 혀를 내두르며 교실에 보조교사를 붙여주겠다고 했다.

어느새 2학기도 중간쯤 왔을 때였다.


어느 날 낮잠 시간에 아이들을 재우고 그 곁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잠든 강이가 이상했다.

입에 작은 거품이 뽀글거리고 호흡이 안정되지 않는 게 느껴졌다.

잘못 본 건가 하여 옆반 선생님을 불러 강이가 이상한 거 같지 않냐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빨리 원장님께 보고를 하라고 했다.

급하게 원장님께 보고를 하고 축 늘어진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강이의 엄마가 대기하고 있었다.

강이가 발작을 일으킨 거 같다고 했다.

강이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런 증상이 가끔씩 있었음을 실토했다.

그럼에도 미리 어린이집에 고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이는 다행히 괜찮아졌지만 내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슬리퍼에 앞치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이가 내 무릎에서 오줌을 싸는 바람에 찌린내까지...

나는 그렇게 낯선 도시의 어느 병원 귀퉁이에 서 있었다.


병원일을 다 보고 어린이집으로 돌아오니 다 퇴근을 하고 당직선생님과 원장님만 남아 있었다.


어쨌든 강이와 나는 1년 동안 그렇게 지냈다.

개구쟁이 강이었지만 그 사랑스러움도 한도초과였다.

자신의 불편한 몸을 개의치 않고 항상 미소 지으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교사에게 애정 표현도 잘했고 강이의 부모님도 늘 애쓴다며 고마워했다.

때때로 조부모님이 강이를 하원시키기도 했는데 내 손을 꼭 잡고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며 번번이 나를 추켜 세웠다.

모두의 관심과 사랑 속에 강이가 쑥쑥 자라 가고 있었다.


강이가 만 4세 반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원장님은 같이 데리고 올라가라고 했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랑하는 아이였지만 1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이기적인 마음도 발동을 했다.

왜 힘든 아이는 나에게만 맡기냐고... 너희들도 겪어 봐야지...


강이는 형아반으로 올라갔고 담임인 부장선생님은 하루에 몇 번씩 강이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 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원장님이 보조교사를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일이다.

'그래... 이제 겨우 시작인걸... 난 1년 동안 혼자 고스란히 해 온 일이야...'

강이 어머니가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을 보내왔다.

이젠 담임도 아닌데...


2학기가 되자 강이는 특수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으로 옮겨갔다.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잘된 일이었다.

이제 1:1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교사뿐 아니라 강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1:16되는 교실에서 슈퍼맨이 아닌 교사로서는 강이를 온전히 보육하긴 힘들었고

강이도 다른 아이들도 교사의 손길이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지금 강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태권도도 하고 수영도 한다고 한다.

그림은 또 얼마나 잘 그리는지...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강이를 만난 건 참 다행이었다.

나태해져 가던 나에게 강이는 다시 한번 나를 채찍질하였다.

안일함에 빠지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가끔 생각한다.

강이는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천사가 아닐까?

워낙 개구쟁이라 하나님도 감당하지 못해 잠시 세상에서 실컷 놀다 오라고 보내진 천사...



강아!

잘 지내지?

늘 돌아보면 그때 좀 더 많은 사랑을 줄걸... 후회가 된단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네가 생각날 때마다 늘 기도하고 있어.

세상은 비록 몸이 불편한 너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너는 특유의 따뜻한 마음과 밝은 에너지로 네 주위를 변화시켜 나갈 거라 믿어.

강아!

이제는 네가 기억도 못할 네 인생에 스쳐 지나간 한 사람으로서 너를 응원하며 지지한단다.

언제나 사랑스러운 개구쟁이였던 너를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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