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으로 간다.
갯내음, 시퍼런 바다, 갈매기소리, 어머니...
이런저런 단어들을 떠 올리며
바다가 있는 작은 도시로 떠나는 우등버스에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은 한 여인이 버스에 오른다.
에어컨 바람은 후텁지근한 여름을 몰아내고
휘영청 늘어진 가요는 손님들의 눈꺼풀에 살포시 앉는다.
버스 안을 살피는 기사의 팔뚝에 눈알을 부라린 호랑이 한 마리가
미처 잠들지 못한 중년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여름풍경은 창밖으로 바삐 비껴가고
조금씩 여물어 가는 이삭은 겸손히 머리를 숙이는데
참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논둑에는 태양만 어슬렁거린다.
길은 끝나는 곳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지가 있는데
이놈의 더위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오르내린 길이건만 이토록 낯선 이유는
그 바다 끝에 계신 어머니의 부재 때문이련가.
변함이 없는 바다.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이
오늘도 삶을 퍼 올리고 추억의 노래를 부른다.
한세대는 가고 한세대는 오고
젊음도 자랑거리가 아니고 사랑도 영원하지는 못한 법.
그저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내야 할 나그네의 삶이여!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을 스치면
사람들은 저마다 짐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내릴 준비를 한다.
그리움은 이미 그리운 이들 품에 안겼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중년의 여인만이 터미널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