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되었다.
남편이 며칠 전부터 계속 "우리 휴가 때 뭐 할까?"라고 물어온다.
나는 그냥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우린 어머니들이 계신 고향으로 갔다.
시어머니 계신 구례로, 친정어머니 계신 통영으로 다녀오면 우리의 휴가는 끝났고 그것으로 재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가서 우리가 하는 건 휴식이 아니라 일이었다.
산으로 쫓아다니며 풀을 베거나 어머니의 일을 거들어 드렸다.
결혼초부터 그래왔기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작년에 두 분이 한 달 보름 사이로 떠나가셨다.
그러다 보니 고향으로 갈 일도 같이 없어져 버렸다.
남편은 나를 힐끗 보더니 "날도 더운데 그냥 집에서 쉴까?"라고 한다.
휴가에 대한 거창한 계획도 없었고 그런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었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든지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인데...
아! 이제는 휴가 계획을 따로 세워야 하나보다.
휴가 때만 되면 남편과 날짜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서로 날짜가 맞지 않을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는 각자의 고향으로 가기도 했다.
시댁은 밤 농사가 조금 있어서 휴가 때 풀을 베 줘야 가을에 쉽게 밤을 주울 수가 있었다.
남편은 풀 베는 기계를 메고 휴가 내내 풀을 베고 틈틈이 섬진강에 내려가 민물장어나 은어를 잡기도 했다.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휴가를 우리도 다른 곳으로 가자고 몇 번 성화를 부렸지만 남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통영에서도 그다지 휴가다운 날들을 보내지는 못했다.
어머니랑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말동무를 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해 주시는 맛난 음식도 먹고 바닷바람도 쐬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휴가가 다 지나갔다.
그것이 우리의 휴가였다.
큰아이는 휴가 때 친구랑 부산으로 간다고 한다.
부산은 우리가 오랫동안 살았던 아이들의 고향이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도 제 고향으로 간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 세대는 좀 다른 줄 알았더니 고향 찾아가는 건 별반 다르지 않는가 보다.
"부산에 가서 뭐 하려고? 거긴 니 고향이잖아."
"거기서 살 때랑 휴가로 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캐리어를 끌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을 보면서 살짝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발리? 하와이? 보라카이?
그들은 그곳이 고향인가 보다 하면서 가 본 적도 없는 휴양지들을 머릿속으로 떠 올려본다.
'나도 내년엔 그곳으로 가 볼까'
이제는 내 고향이 아닌 남의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