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새들의 지절거림에 눈을 떴다.
알람이 따로 없다.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숲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거실 통유리너머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우리 집 정원 같다.
나를 기쁘게 해 주던 화분들은 이미 그 빛을 잃고 거실구석에서 얌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햇살이 들어오는 걸 방해하고 있는 나무들이지만 그래도 너무 싱그럽고 예뻐서 용서하기로 했다.
남편은 어제저녁 거실에서 몸을 내밀어 뜰채에 살구를 한 바구니나 땄다.
거실에서 살구를 따 먹을 수 있는 집이 얼마나 있으려고?
살구는 달콤하니 맛이 들어 저녁후식으로 충분했다.
전에 살던 부부가 평생 살 마음으로 집을 편백으로 리모델링을 해 놨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편백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완전 찜질방느낌일세"라고 남편이 말을 하였다.
"아니 펜션 같은데?"시동생이 옆에서 거들었다.
잠시 다녀간 큰 아들은 "조명이 너무 은은하고 따뜻하게 느껴져 좋아요."라고 했다.
다들 이 집에 대한 느낌이 좋은가 보다.
나는 화장실이 제일 좋다.
원래 비데를 사용하길 꺼렸는데 너무 최신식이라 이것저것 눌러보았다.
문명인이 된 느낌이었다. 좋다 좋아~
안전 방충망도 바깥에서는 절대 열 수 없으니 문을 열어놓고 외출을 해도 끄덕 없을 것 같다. 부자가 살던 집은 역시 다르군...
나를 위해 예비해 둔 집 같다.
일 년 동안 이사를 위해 마음을 졸이며 기도를 했다.
살고 있는 집을 보러 오는 이도 없고 대형아파트 단지는 입주를 시작해서 빈 집은 늘어만 가고 빈약한 재정으로 어느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하나님! 우리 형편 아시지요? 우리 가족이 거할 처소를 주세요!!"
그런데 완벽한 집을 우리에게 주셨다.
짐은 거의 버리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미니멀한 살림이 되어 기분도 가벼워졌다.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이 많다.
살림도구 몇 개와 가전제품 그리고 옷 몇 벌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남은 건 책인데 책도 버리고 싶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더 많아 당분간 두기로 했다.
항상 생각한 바이지만 집보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내 집에 많은 이들이 들러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하는 사랑방이 되면 좋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좀 손해 보고 사는 삶도 괜찮지 뭐~ 싶다.
오늘 아침에도 매미가 짝을 찾는 소리와 산새소리가 섞여 나를 깨웠다.
여름 내내 이래야 할 것 같다.
가을이 오면 거실에서 단풍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꿈꾸던 집과는 조금 다르지만 훨씬 좋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