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전도사

다름을 인정하는것이 중요하다.

by 꿈꾸는 덩나미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살아생전 자신이 불교인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녀의 동생이 오랫동안 어머니를 모신 보호자였기에

동생 의견대로 스님을 모셔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기독교인인 그녀는 불교식 장례가 영 불편했다.

아들들이 다 그렇게 하겠다 하니 어쩔 수 없긴 했지만 향냄새도 익숙하지 않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염불소리는 두통을 유발했다.


어찌어찌 이틀을 보내고 마지막 날 새벽 일찍 발인식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비구니 스님이 정성을 다해 목탁을 두들기며 어머니의 영혼이 무사히 극락으로 안착하길

기원해 주었고 그녀도 어머니가 떠나시기 전 영접기도까지 했음을 되새기며 울음을 삼켰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장례식장을 떠나야 하는데 상주된 그녀의 조카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들어야 하는데...

집이 가깝다고 자기 집에 가서 잠이 들었는데 못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그 아이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서 외손자인 그녀의 아들이 영정 사진을 들었다.

그 아이는 곧 목사가 될 교회전도사였다.


참 희한한 풍경이 벌어졌다.

비구니 스님이 맨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어머니 가시는 길을 인도했고

그 뒤에는 교회 전도사가 영정 사진을 들고 말없이 뒤를 따랐다.

스님과 전도사의 콜라보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를 다 치른 후 동생의 의견대로 어머니의 영정사진은 스님의 절간으로 옮겨졌다.

여전히 전도사가 그 영정 사진을 안고 있었고 그들은 절간에서 남은 절차를 진행했다.


부처님과 친하지 않은 그녀의 가족은 절간 마당에서 작은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륵이라는 강아지도 그녀의 손등을 핥으며 절간에 온 것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모든 절차가 다 끝나자 스님은 식혜를 대접해 주었다.

애썼다는 말과 함께.

그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녀의 마음의 빗장이 풀어졌다.


나이 든 스님은 어린 전도사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 주었다.

종교인으로 갖추어야 할 인성과 덕목이 대부분 핵심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불편한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전도사에게도 감사했다.

어린 전도사는 스님의 말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며 리액션을 멈추지 않았다.


종교를 떠나 인간으로서 따뜻한 대화들이 오갔다.

그녀도 애써준 스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종교인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밀어내기만 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요스님... 그런데 스님은 저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은데 연세를 여쭤봐도 될까요?

"출가한 스님에게 나이를 묻는 건 큰 실례입니다. 스님에게는 묻지 말아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지요..."

"아이코! 그렇군요... 어쨌든 평안한 마음으로 엄마 생각이 나면 또 들리겠습니다."


그녀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영혼은 이미 저 세상으로 이사를 가셨고 어머니의 작은 흔적이 이곳에 있을 뿐.

그래도 어머니가 그리워 가슴에 사무치면 한 번쯤 들러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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