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중독

마라톤에 나가는 그날을 위해

by 꿈꾸는 덩나미

저녁마다 러닝을 한다.

여름 내내 해온 일이다.

운동을 좋아하거나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몸 여러 군데에서 신호가 왔다.

골반이 아프기도 했고 무릎이 아프다가 종아리가 아프다가 결국은 발가락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지 말고 평소대로 숨쉬기만 하라는 건지...

그래도 그 무더위 속에 이 일을 해왔다는 자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 주고 싶다.

아직 몸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도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다는 것이 나에겐 중요하다.

물론 이렇게 하기까지는 숨은 공신이 따로 있다.

마누라가 건강하게 인생 후반을 살기 바라는 그 남자의 간절한 소망이 나를 움직인 것이다.


처음에는 왕복 2킬로 걷기부터 했다.

이 2킬로를 걸으며 몇 번을 쉬고 짜증은 얼마나 냈나 모른다.

이 무더위에 꼭 이렇게 해야 하냐고...

그리고 점점 거리를 늘여 걷기를 했고 요즘은 왕복 5킬로 러닝을 하고 있다.

가끔씩은 동네 뒷산을 등산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에 절여지기도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점점 운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왕복 5킬로나 10킬로 마라톤에 도전해 보자고 자꾸 부추긴다.


운동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 나였다.

운동을 안 해도 건강했고 사는데 지장도 없었고 아예 흥미 자체가 없었다.

태생이 그랬다.

달리기는 꽁무니 불이 붙었을 때나 하는 것이고 두 발로 움직이는 기계는 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은 내 걸음을 보면 항상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고개는 푹 숙인 채 신발을 끌며 세월아 네월아 걷는 게 오랜 습관이었다.

그러다 보니 등은 약간 굽었고 목은 자라목이 되었다.

나의 오랜 습관이 내 몸을 그렇게 빚어가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잔소리꾼이다.

달릴 때는 어깨를 펴고 눈은 10미터 앞을 내다보고 팔은 힘을 빼고 가볍게 흔들고 발은 끌지 말고 어쩌고 저쩌고... 끊임없는 잔소리 앞에 그만둬 버릴까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 나를 위한 일인데 뭐. 저 잔소리 마음껏 하게 내버려 두고 나는 나의 몸을 위해 오늘도 달리는 거야.'라고 생각을 바꾸기도 하였다.

덕분에 내가 점점 건강해지는 걸 아니까.

요즘 종아리가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왕복 5킬로를 달려도 숨이 그렇게 차지 않는 걸 보면 폐와 심장이 튼튼해져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곧 살도 빠지고 몸도 날렵해지겠지.

이것이 다 저 남자 덕분이다. 나 혼자 하라면 죽어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는 시간이 점점 즐거워지고 있다.

강아지도 이 시간만 되면 빨리 나가자고 애원의 눈빛을 보낸다.

챙모자를 쓰고 반바지만 입어도 우리 강아지는 운동 갈 시간이 되었다는 걸 눈치채고 먼저 난리부르스를 친다.

오늘도 나는 이 남자와 강아지와 함께 운동을 한다.

운동중독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운동중독에 걸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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