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감동을 끼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처럼 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여고시절 우리 학교에는 글을 너무나 잘 쓰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문학소녀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모든 대회에서 시, 수필, 소설까지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글 끼적이기를 좋아했던 나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역량 있는 아이였다.
그 친구 때문에 나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친구가 쓴 글에 비해 내 글은 늘 보잘것없는 낙서였다.
그래서 글 쓰는 걸 단념해 버렸다.
나는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었고 때로는 연애소설을 끼적거렸다.
요즘 부쩍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지금쯤 그 친구는 우리나라 문단에 한 획을 긋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그 아이라면 박경리 정도의 훌륭한 문인이 되어 있어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도 생김새도 내 머릿속에 정확히 각인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어디에도 그 친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아름다운 시어들을 구슬을 꿰듯이 써 댄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친구는 공부도 무척 잘했다.
공부 쪽으로 인생의 길을 걸어간 건 아닐까?
그러기엔 그 아이의 천부적인 재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그토록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했으면 너는 무엇이라도 되어 있어야 했다.
나는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노트북을 껴안고 헤매고 있는데.
내 고향은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이다.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김상옥, 전혁림, 이중섭...
그들은 통영의 하늘과 바다와 그 모든 것이 예술적 모티브였을 것이다.
그것을 글로, 혹은 그림으로, 혹은 음악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그들의 감성이 한없이 부럽다.
그 친구도 그들처럼 위대한 계보를 이어갈 줄 알았다.
아니 확신했었다. 그런데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은둔문인이 된 것일까?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왔다.
정말 위대한 대한민국이며 훌륭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그녀에게는 퍼내고 퍼내어도 끝없이 올라오는 글감의 깊은 샘이 있나 보다.
그 깊이 있는 글을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도 그런 샘을 파 보고 싶다.
하지만 샘은 고사하고 작은 웅덩이만큼 팠더니 흙탕물이 도무지 가라앉지를 않고 있다.
나도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