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by 꿈꾸는 덩나미

남쪽 지방에서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겨울이 되니 좋은 게 있다면 눈구경을 실컷 하는 것이었다.

내 고향은 일 년 내내 눈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는 따뜻한 곳이었다.

행여 진눈깨비라도 날리면 우리는 첫눈이 왔네 어쩌네 하며 흥분을 하였다.

정말 어쩌다가 눈발이라도 날리면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야지 하는 순간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그런 내가 경기도에 입성을 했다.

평소 신지 않던 부츠를 꺼내신고 긴 털옷을 입고 몸을 몇 겹으로 감싼 채 출근을 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꽈당했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일단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그 이유를 몇 번 더 넘어지고 나서 알 수 있었다.

내가 고향에서 걷는 걸음으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길이 미끄러운데 더 조심해서 발에 힘을 주고 천천히 걸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것이다.


눈이 올 때마다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었다.

역시 위쪽 지방은 눈이 많이 오는군...

그런데 출근길에 차들이 뒤 엉겨 급기야 내려서 몇 정거장을 걸어가야 했다.

버스보다 내 발걸음이 훨씬 빨랐다.

눈을 헤치고 직장에 도착했을 때 신발은 다 젖었고

발은 동상 걸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놈의 눈 이제 좀 그쳐도 될 것을...

사람의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다니...


부산의 친구들은 눈보라 속을 헤치며 직장에 출근한 내 무용담을 듣고

부러워하며 신기해했다.


케티엑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역 광장에 내리자마자 이게 웬걸...

공기가 달랐다.

친구들은 춥다고 이불 같은 롱패딩을 입고 돌아다녔다.

"어머! 부산 사람이 이런 옷을 왜 입어?"

"얼마나 추운데 그런 말을 해. 이거 입어야 겨우 추위를 면하는걸."

"이 정도면 봄인데?"

그랬다.

거기 사는 사람에게는 겨울이었지만 북쪽에서 살다 온 나에겐 봄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목도리로 머리끝까지 감싼 채 돌돌 말아 수요기도회에 갔다.

성냥팔이 소녀 같다는 놀림을 받았지만 나는 추위에 약한 남쪽지방 사람이다.

호주머니에서는 핫팩이 끓어오르고 기모 바지는 한 줄 바람도 용납하지 않는다.

눈만 내어놓고 간신히 앉아 시간을 채웠다.


이 겨울이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에겐 더없이 혹독 할 것이다.

그래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봄은 올 것이고

우리는 지난 추억으로 겨울을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겨울이 싫다.

추위에 취약한 나에게 겨울은 인고의 계절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견디고 버티어야지...

올 한 해도 그렇게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봄도 성큼 와 있을 것이고

어느새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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