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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Oct 30. 2022

내가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킨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미뤄졌던 친구들과의 해후.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친구 집 인근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중식당이다. 오늘 주메뉴는 양상추와 파채가 듬뿍 들어있는 유린기와 짜장면, 짬뽕. 혹시나 했는데 젓가락질을 망설이게 하는 메뉴이자 식탐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다. 글루텐이나 튀김류를 웬만하면 안 먹으려는 노력이 의미가 없어지는 시간. 야채를 많이 되도록 많이 먹고 유린기는 덜 먹고 면은 거의 먹지 않는다. 다행히 눈치 빠른 친구가 볶음밥을 추가한다. 그 또한 기름진 음식이지만 밥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설탕으로 두텁게 코팅이 되어있는 고구마 맛탕에 자꾸 시선이 머물지만  간신히 참아낸다.


2차 관문은 카페. 토마토 주스를 주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친구가 추가 주문한 후식까지 피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는 달달한 크로플. 식사 후임에도 여러 쪽을 망설임 없이 밀어 넣는다. 오늘도 건강하게 먹겠다는 결심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3차는 저녁식사.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사겠다며 집 앞 마트에 간 것이 문제였다.  할인 판매라는 말에 혹해서 나도 모르게 한돈 오겹살을 충동구매한 것이다. 어느덧 집안은 기름진 냄새로 가득해졌고 그렇게 저녁식사도 기름진 메뉴와 알배추 쌈으로 배부르게 채워졌다. 


금연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가장 독한 사람으로 꼽곤 한다.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튀김이나 글루텐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지 않으니 먹지 말라고 하지만 유혹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위해여부는 떠나 맛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메뉴만 먹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타인의 불편이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단체나 팀으로 같이 이뤄지는 직장에서 점심식사나 회식 메뉴를 항상 내 마음대로 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일 것이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본인의 의지가 박약하다면 건강한 식생활 유지는 절대 불가능하다. 의사들은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내가 지키는 것이 나를 지켜준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만약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싶다면 내 밥상에 오르고 있는 메뉴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절반은 건강에 관한 이야기다. 백내장이 생기고 야간에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말부터 어떤 친구는 관절염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기검진 받는 항목이 계속 추가되고 있는 중인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나날이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저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다. 무병장수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 또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인 탓이다. 


2년여 만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비타민 D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복용하고 있는 영양제 종류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진 만남. 주제와 달리 아이러니하게 오늘도 건강한 식단을 지키는 일은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여유롭고 편안했던 주말 오후. 앞으로 그녀들과 만날 때마다 아픈 곳이나 추천하는 영양제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만 그럼에도 나를 비롯해 그녀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또한 오늘 아침 간신히 한눈금 줄었던 체중계 눈금이 늘지 않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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