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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Oct 31. 2022

일탈하는 삶

변화가 필요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화가 없고 단조로운 삶. 직업적 특성 때문일까. 나름 변화가 있는 삶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제삼자가 볼 때는 여전히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일탈'이 있어야 뭔가 변화 있고 차별화된 글이 나오는 거 아니냐는 지인의 말에 다소 당황스러운 날. 


'일탈'의 사전적 의미는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난다는 뜻이다. 지인의 말대로 술을 마시지도 않고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겉으로 보기엔 크게 변화가 없는 일상이다. 그나마 직장에 쏟는 시간외에는 취미생활을 위해 조금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정도. 주말에 시간이 남아도 기껏 찾는 곳은 도서관 서가 틈이고 집에서도 어쩌다 쉴 틈이 생기면 하는 일은 소설책을 읽는 일이다. 낭만가객처럼 비가 오면 막걸리를 마시고 때론 어영부영하기도 하고 노을 지는 강가에서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정도의 작은 일탈도 없는 밋밋한 나날들이다.


옷가게에 가거나 낯선 곳에 가도 금세 직업을 들키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나도 모르게 재킷이나 정장, 원피스 등 규격화된 옷을 주로 찾는다. 구입하고 보면 색상 또한 검정, 네이비 등 어두운 색 계열이다. 기껏해야 몇 년에 한 번 빨간색 코트를 한번 사는 정도. 직업을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맞추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어쩌면 그들에게 너무 쉬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일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시를 쓰려면 술을 마시고 연애를 해야 한다고 말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술을 마시거나 가끔은 땡땡이를 칠 줄도 알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술은 태생이 몸에 안 받아 마시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건강 때문에 아예 입도 대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술자리에 오래도록 앉아있어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아 어울리면서 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 휴가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쓸 뿐 어느 날 아침엔 날씨가 너무 좋아서 , 그냥 기분이 우울해서 땡땡이 쳐본 일도 없다.


2022 브런치 북 응모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구독자들의 발행 알림과 동시에 뜨는 책들의 제목과 추천 이유를 읽으면서 그 신박함에 깜짝 놀랐던 날들이다. 아니 많이 부러웠던 순간들이었다. 몇 번이나 목차를 만들다가 머릿속에 허접한 생각들만 가득한 까닭에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의욕만 충만했을 뿐 일관성도 없고 그냥 시간에 쫓겨 글의 숫자를 늘리는데만 힘을 쏟았던 까닭일 것이다. 그나마 요즘엔 체력이 방전되고 있다는 핑계로 게으름까지 더해졌으니 설상가상이다. 


단순히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누군가 읽고 싶어지는 글, 나만의 특화된 분야의 글쓰기를 고민해봐야 듯하다. 또한 지인의 말처럼 지극히 단순한 삶의 템포에 변화가 아니 일탈하는 삶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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