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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Nov 17. 2022

책을 대하는 태도

거북목 탓인지 스트레스성인지 목 통증이 여러 날 이어지더니 두통까지 동반해 머리가 맑지 않다. 잠잘 때 자세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보아도 불편함 때문에 자꾸 잠을 설치는 밤이다. 베개를 빼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기능성 베개를 써보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다 얼마 전 지인이 출간한 수필집을 집어 들었다. 너무 고맙다며 받아온 책인데 정작 앞부분만 읽다가 언제 짬이 나면 읽어봐야지 하고 미뤘던 책. 그녀를 닮은 단아한 여인이 그려져 있는 수필집을 찾아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페이지를 편다.


수필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사람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 때문이다. 그 또는 그녀의 사생활이나 취향을 알게 되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친밀해지는 기분이 든다. 여러 해 동안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지만 그녀가 커피를 마시면 밤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카페인에 예민하다는 것도 그림에 조예가 깊다는 것도 이명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는 소소한 사실을 글을 통해 알게 되는 시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깊이와 절친들과의 일상들도 따듯하게 스며든다.


책 선물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지만 내 기준대로 판단하고 잣대질을 하며 홀대하는 책들도 있다. 선물을 받고도 읽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중도에 덮어버리기도 하고 간혹 받아 들고 와서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가 재활용 물품 사이에 끼워 넣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러 번 망설이는 편이고 책은 아까워서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사례는 드문 편이다.


오랫동안 써왔던 글들을 한편 한편 골라내고 그 내용과 어울리는 그림들을 고르며 아마도 밤잠을 설쳤을 그녀의 표정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날. 글의 내용이나 수준에 관계없이 그들이 책 한 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내한 그들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떠올린다면 한 권의 책도 홀대를 한다는 것은 큰 실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번 달은 유난히 책 선물을 많이 받았다. 읽은 책을 공유하는 그녀를 비롯해 며칠 전 평생교육원 특강에서 만난 지인이 즉석에서 사서 건넨 수필집과 시집 한 권까지 한 권은 핸드백 속에 한 권은 침대 곁에, 또 다른 한 권은 사무실 책상 책꽂이에서 나와 함께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책이라고 말하면서, 그것들 덕분에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면서도 그들을 소홀히 대했던 태도가 민망하고 부끄러운 날. 지금도 어는 곳에선가 시 한 줄을 써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을 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모처럼 주말 일정이 느슨해 종일 그녀의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모처럼 따듯한 하루를 보낸 주말. 언젠가 읽고 빠져들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를 그녀도 읽었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해하며 돈 맥클린의 <별이 빛나는 밤> 노래를 자꾸 반복해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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