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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ul 19. 2022

오늘부터 1일

브런치 작가 입문하다

긴 장마가 이어진 후에는 반드시 기다렸다는 듯 환한 햇살이 비추고 오랜 멈춤은 그냥 쉬거나 없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성장을 위한 의미있는 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기지 못한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던 휴지기가 나에게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이어졌듯이. 힘들기 전에 쉬고다시는 일상이 내 건강을 위협하는 일은 없게하리라 마음 먹었건만 어느새 나의 일정표가 빡빡해졌던 즈음. 2년동안 미뤘던 많은 모임들이 이어졌고 한가지씩 정리했던 일정들이 나도 모르게 늘어나던 순간 멈췄어야했을까. 거의 두달여동안 평일은 물론 주말마다 이어진 강행군에도 아프기 전에 달고 살던 구내염조차 앓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제 많이 건강해졌다고 자만한 탓이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사무실에서 두개의 일정을 포함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세건의 일정을, 일요일에는 친정에 내려온 동생들과 만남까지 소화했다. 월요일도 종일 출장이 이어졌고 퇴근까지 늦어졌다. 집에 돌아오니 두통과 근육통으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푹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며 이내 쓰러져 잤지만 그 다음날에도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다. 간신히 출근했다가 휴가를 내고 쉬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다음날 그동안 잘 버텨왔다고 자부했건만 코로나 확진판정. 큰 역병이라도 걸린듯 놀라서 1주일 병가를 내고 칩거가 시작됐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남편까지 3일 재택근무. 온가족이 비상사태. 결벽적으로 경계가 심한 딸은 마스크를 쓰고 내 그림자만 비춰도 화들짝 놀라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고립이 이뤄졌다.


확진 4일쯤 지나고 나자 조금 살만해졌다. 종일 힘들게 하던 두통이 가라앉았고 기침과 콧물이 잦아들었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했던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읽다가 약기운때문에 바로 졸긴했지만.

그렇게 브런치 작가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한번 신청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사람부터 눈물겨운 노력을 들여 여러번 도전 끝에 이뤄냈노라는 성공담까지 많은 글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냥 나자신이 쓰고 싶은 글, 썼던 글을 기반으로 솔직하게 공유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블로그활동 등을 한 이력은 없지만 올해 초부터 200일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어온 백일 글쓰기 2회이력과 글 세편을 공유했다. 알림메일을 변경하고 휴일이었지만 여러차례 이메일을 확인하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처음 도전이니 안되면 다시 해봐야지 하면서도 사람마음은 간사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니까.


슬픔은 물론 기쁨도 쌍으로 온다고 했던가. 어제 오후 4시쯤 취업 준비중인 아들이 응시했던 인턴 합격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메일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도전에 성공했기에 더욱 행복했지만 글쓰기를 통해 한발 더 내딛는 내 모습이 떠올라 더 기쁜 순간이었다. 그져 좋아서 시작했지만 늘 재능이 없는듯해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포기해도 후회없을 만큼 열정을 쏟지 못했다는 것을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기에 여전히 소소한 도전들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열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나이가 먹으면서 체력이 좀 딸리는 것 뿐이었다고 믿는다. 코로나 확진 덕분에 일주일간 요양도 잘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할 힘도 얻었다. 컨디션을 잘 조절하면서 다시 나를 사랑하는 일들로 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오늘부터 1일. 참 많이 설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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