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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21. 2022

비위가 논 서마지기보다 낫다

승자는 말이 없다

드디어 인사가 발표됐다. 예측이 맞은 경우도 있고 예기치 못한 배치도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초조할 뿐 일단 발표되고 나면 확 타올랐던 장작불이 사그라들듯 허무하게 그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들이 일단락된다. 소위 '카더라' 통신에 얽힌 후일담들이 풍문이 되어 어지럽게 흘러 다닐 뿐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소위 잘 나가는 동아줄을 잡기 위해 줄을 서거나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눈에 뜨이는 행보를 하는 것이다. 그 일은 맡은 업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몇 곱절 어렵다. 물론 반대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혹자는 아부도 상사 받드는 일도 할 줄 모르고 일만 하는 사람이 제일 미련한 사람이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예시로 들으며 좀 배우라고 조언하는 상사도 있다. 하지만 이건 배우고 싶다고 배우거나 흉내 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비위가 논 서마지기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말 잘하고 비위 좋은 것이 문전옥답 물려받는 것보다 사회생활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직장이나 사회에서 요구되는 처세술은 아마도 비슷한 모양이다. 


직장에서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저 사람은 절에 가서도 고기를 얻어먹을 사람'이라고도 할 정도로 비위가 좋거나, 사생활은 포기하고 진급에 목숨을 건다고 할 정도로 올인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나쁘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그 또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발표된 날, "승자는 말이 없어. 늘 패자들이 불평불만이 많아". 위로 겸 안부를 묻던 지인의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인류의 역사 또한 승자의 역사이고 그 입장에서 기록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타고난 비위가 없고 1개를 위해 99개를 포기할 마음도 더구나 없는 1인의 선택은 한 가지뿐이다. 조금 더디고 가끔 추월도 당하겠지만 자신의 템포와 꾸준함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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