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풀 메탈 재킷>, 1987년 作
주황은 행복과 기쁨의 색인 동시에 번민과 야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색이다.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은 주황을 주로 전쟁의 불길, 그에 대한 잔혹성을 부각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을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스탠리 큐브릭의 87년 作인 <풀 메탈 재킷>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나오는 색, 혹은 기억이 많이 남는 색이 주황색인 듯하다(1순위 색은 초록색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군대 전쟁 소재의 영화다 보니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색이라 주황을 다루었다).
좁은 소견일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최고의 천재 영화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 인식을 뒤트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주황색'을 떠올려보라 하면 오렌지처럼 뭔가 상큼하고 보기만 해도 과일향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연상되는데(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있겠지만), 큐브릭 감독은 주황색을 통해 전쟁의 불길이라는 잔혹성과 파괴성 등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풀 메탈 재킷> 외에도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황 옷을 입은 노인과 <샤이닝>의 오각형 패턴 카펫에도 주황이 포인트 컬러로 등장하는데, 이는 마치 극 중 이야기 전개의 전환을 암시하는 듯한 색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했던 빨강과의 비슷한 듯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주황이 빨강보다는 1단계 약한 색으로 전개의 긴박함이나 수위가 덜하다는 느낌이 든다.
<풀 메탈 재킷>의 클라이맥스인 주요 인물들의 베트남군 저격수 저지 장면 역시 주황색 빛이 활용 연출되었다. 미군에게 홀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저격수를 저지하고 보니 나이가 상당히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는 것에 놀라고, 서로 확인 사살할까 말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조커' 병장이 망설이다가 방아쇠를 당겨 저격수 소녀를 확인 사살하고야 만다.
필자에겐 이 장면이 전쟁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인간다움, 양심을 잃어버릴 수가 있는지 매우 잘 표현된 장면으로 보인다. 전쟁의 불길로 인해 주황빛으로 타오르는 불과 불빛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얼굴 표정에 집중이 되면서 더욱 몰입하기가 쉬웠다. 특히 이 부분에서 더욱 압권인 것은 저격수 소녀를 죽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인물들은 서로 직접 죽이기를 꺼려하는 아이러니한 연출이다. 이미 치명상을 입어 죽을 운명인 소녀에게 굳이 또 한 번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확인 사살한 '조커' 병장이나 옆에서 본인들 손에 피 묻히기는 싫으니까 '조커' 병장을 부추기기만 하는 이기적인 모습들...... 전쟁의 주황색은 인간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주황 그래픽 아트 포스터도 앞서 소개한 장면을 토대로 구성을 해보았다. 스탠리 큐브릭이 주황색을 통해 전쟁의 파괴성을 연출한 것을 토대로 포스터에 시각적으로 잘 담아 표현해보고자 했다.
우선 전쟁 중인 군인을 표현하기 위해 타오르는 불길을 배경으로 '조커' 병장의 일러스트를 합성하고 헬멧 부분에는 인물의 살인 의지를 대표하는 구절인 'BORN TO KILL(살인을 위해 태어난)' 타이포를, 우측 상단 가슴 쪽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기호를 배치하여 모순되는 구도를 표현했다. 그리고 참혹한 전쟁을 통해 인물이 인간다움, 양심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눈 쪽에 사선 방향으로 흰색 바를 배치하여 약간 투명하게 표현했고, <샤이닝>에 나왔던 주황색 오각형 패턴을 위장크림처럼 보이게끔 얼굴 한쪽에 합성하여 작업했다. 마지막으로 얼굴 밑으로 몸 부분에는 극 중 전쟁 중인 장면을 합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