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대표작<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년 作

by 윤자까

초록은 생명과 자연 그리고 에너지를 상징하는 색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초록을 통해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후반부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내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images.jpg
r_header.jpg
0ad4010a13d2f5f7d472219d71b6ec7ae50dbcbb.jpg
ual7xkojnx921.jpg
hotel-monolith.jpg
red and green helmets.jpg
fbdfff112c95da658cbf169500e80b54.jpg


스탠리 큐브릭은 초록을 자연의 색으로서 활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적 섭리가 관련된 장면에 녹색이 주로 활용되고는 하는데, 가장 간단한 예시로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자리의 침대가 녹색으로 꾸며져있다.


큐브릭의 초록색 미쟝센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후반 장면이다. 우주선을 타고 스타게이트를 통과한 데이비드(케어 둘리)는 하얀 배경에 갖가지 녹색 계열의 가구들이 배치되어있는 어느 신비감이 느껴지는 방에 들어간다. 그 뒤엔 급격하게 늙어 가더니 침대에 누운 상태로 모노리스를 보며 손 끝으로 가리키다 죽음을 맞이한다(이 부분에 대해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b6e108269cdb8594bf8cdcdb65829fe51f07a9aa.jpg
ual7xkojnx921.jpg
hotel-monolith.jpg

필자는 이 장면을 여러 차례 돌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구들이 녹색 계열인 이유는 대충 알겠으나, 방은 왜 하얀색으로 했을까?'라는 의문점이다. 이런 생각 와중에 갑자기 머릿 속으로 인터넷에서 봤던 심리테스트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내용인 즉슨, '당신이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 방이 온통 하얗게 되어 있었다. 이 때 당신의 느낌은?'라는 질문을 받고 떠오르는 답이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때의 느낌이라는 것이다(참고로 필자는 '묘하게 무서울 듯'이라는 답이 떠올라서 약간 소름돋았다).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다가 하얀 방이라는 공간과 죽음이라는 개념에 관계가 있는 것인가 싶어 조사를 해보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나마 건질 정보라면 '동양 문화에서의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며 장례식에서도 활용된다'는 것 정도?


결론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이 영화 장면은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 아래 늙어가며 죽음까지 이르는 나약한 인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green-1.jpg <스탠리 큐브릭 - 초록>, 297x420mm, 디지털드로잉, 2020


이번 포스터에서는 물론 초록색을 활용, 강조하여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내포했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의도도 구현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포스터만큼은 실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특유의 웅장한 아우라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여 전달하고 싶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 특징에는 색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것 외에도 좌우 대칭 구도의 화면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간감을 표현하면서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함도 있으며 영화의 진지한 주제의식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경우 이러한 연출이 영화 자체의 아우라를 웅장하게 보이는 데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녹색과 대칭 구도라는 키포인트를 구현하겠다는 전제 하에 포스터 작업을 했다. 전반적인 배경은 영화 장면을 캡쳐한 뒤 녹색 부분을 강조하였고, 침대와 인물 부분은 포토샵으로 필터를 씌운 뒤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다시 그 위에 색을 덧칠했다. 마지막으로 모노리스를 거룩한 신적 존재와 같이 묘사하기 위해 각종 종교적 성화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후광 작업을 하여 웅장해 보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