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풀 메탈 재킷>, 1987년 作
파랑은 긍정적인 의미로는 신뢰를, 반대로는 슬픔을 내포하고 있는 색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파랑을 통해 인간의 죄성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활용했다.
푸른빛의 조명은 흔히 극 중 시간대가 깊은 밤을 표현하고자 할 때 활용이 되는데, 이는 스탠리 큐브릭뿐만이 아닌 다른 거의 모든 영화감독들이 비슷한 목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다른 영화감독들과는 다른 스탠리 큐브릭만의 푸른 조명 연출의 특별한 부분은 푸른 조명과 밤이라는 설정을 활용하여 인간의 죄성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파랑은 보통 신뢰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색으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슬픔, 우울함, 외로움 등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권 표현 중에는 '기분이 울적하다'를 'feel sad'같은 표현 외에도 'feel blu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죄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색은 보라색이긴 하지만(다음 챕터에서 자세히 서술할 예정), 단순히 인간의 죄성뿐만이 아닌 그로 인한 죄책감, 죄책감으로 인한 내적 고통과 슬픔을 화면에 담기 위해 큐브릭이 파란색을 활용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위 두 스틸 사진은 영화 <풀 메탈 재킷>의 장면들 중 일부이며 해당 장면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파일' 이병은 전형적인 관심병사 및 고문관이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단합이 매우 중요한 미군 해병대에서 시간이 지나도 적응도 못 하고 잘하는 게 없다 보니, 주변 동기들에게까지 그에 대한 피해가 가다 보니 '파일' 이병은 결국 따돋림을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조커' 이병은 어떻게든 잘 적응할 수 있게 옆에 항시 붙어 있으면서 도와주려 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 보니 원망과 분노가 쌓여 결국은 다른 동기들과 함께 집단 폭력에 가담하게 된다. 그동안 쌓아왔던 화가 다른 동료들에 비해 많았기에 가장 격하게 폭행을 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꼈는지 '파일' 이병의 절규 소리를 들으며 양손으로 귀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랑 포스터에서는 인간의 '죄'로 인한 고통과 죄책감을 동시에 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의미 전달을 '파일' 이병과 '조커' 이병이 각자 다른 이유로 괴로워하는 얼굴 표정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하고자 했다. 다만 두 인물의 얼굴을 모두 사진으로 활용하면 자칫 어설프거나 지저분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일러스트로 따로 활용했는데, 얼굴 표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커' 이병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따로 표현했다. 이유인즉슨 '파일' 이병의 표정은 이미 격하기 때문에 일러스트나 그래픽 요소를 따로 추가하여 심리에 대한 표현을 할 필요가 없었고, 반대로 '조커' 이병은 조용히 삭히면서 괴로워하는 방식이라 나만의 방법을 통해 시각적으로 인물의 심리를 재해석하는 방향이 재미있을 것 같아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포스터라는 한 단면을 가지고 입체적인 그래픽 아트를 만들고 싶었기에 피카소의 입체파를 일부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