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아이즈 와이드 셧>, 1999년 作
보라색은 우아함, 개성, 사치, 그리고 타락을 상징하는 색이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에서의 보라색은 주로 유혹의 색으로 표현이 되고는 한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에서의 보라색은 유혹과 관련된 느낌이 강하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알렉스가 레코드 음반 가게에서 두 명의 여성을 유혹할 때 입고 있던 코트는 보라색, <샤이닝>에서 잭이 나체의 악령에게 성적인 유혹을 당했을 때의 호텔 방에 있던 가구들도 보라색,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주인공을 유혹하는 창녀 도미노가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보라색이었다.
보라색은 자연에서 가장 접하기 힘든 색이라고 한다. 이 말인즉슨 보라색은 굉장히 눈에 잘 띠는 색이기 때문에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색이며 우리는 이러한 보라색의 성질 때문에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어떤 색깔들보다도 신비로운 색이지 않을까 싶다. 보라색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판타지적인, 환상적이거나 몽환적인 것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파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보라색의 복합적인 상징, 의미들을 종합해봤을 때 필자가 보기엔 이런 느낌인 것 같다. '난 널 유혹하기 위해 보라색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나만 잘 따라오면 꿈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맛보게 될 거야.'
정숙한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아내인 앨리스로부터 '지나가던 해군 복장을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가정을 포기할 수 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뉴욕 밤거리를 방황하던 빌은 어떤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창녀 도미노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다. 얼떨결에 승낙하고 도미노를 따라 결국 집으로 가게 되는데, 거사를 치르려던 찰나에 빌은 앨리스로부터 '언제쯤 집에 올 거냐'라고 전화를 받게 된다. 이후에 빌은 그냥 육체적 관계는 치르지 않은 채로 150달러만 도미노에게 주고 자리를 뜨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행히 여기서 빌은 다른 여성으로부터의 성적인 유혹을 뿌리치긴 했으나 그 이유가 단순히 전화가 오는 바람에 흥이 깨져 버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아내와 자식이 있는 엄연히 가정을 이루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양심 때문에 그만둔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번 포스터에서는 '유혹'이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사과와 뱀을 활용한 것은 성경의 창세기 에덴동산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으로부터 '다른 나무들의 열매를 먹는 것은 허락하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니 먹지 말라'라고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하와가 먼저 뱀의 유혹과 속임수에 넘어가서 결국 먼저 금단의 열매를 취하게 되었고 뒤따라 아담도 따라먹게 되었으므로 둘은 하나님으로부터 노여움을 사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 덕분에 뱀과 사과가 함께 있는 모습은 유혹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포스터의 배경으로는 <아이즈 와이드 셧> 중 후반 부분에 나오는 정체 모를 의식 및 파티에 등장하는 나체의 여인 중 하나를 배치하였고 그 앞에 사과와 뱀의 디자인을 넣었다. 사과 안에는 도미노로부터 유혹을 당하는 빌의 사진을 편집하여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