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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Jul 25. 2024

도덕적 기준과 우월감

윤따의 소신발언

  필자는 도덕적 기준이 높은 편이다. 아니, 정확히는 기준이 높은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더욱 맞는 듯하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으로) 주변 대다수의 인간들의 윤리 의식이 최소 기본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 덕분에 필자는 (딱히 원치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바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윤리 의식이 형성된 것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로부터 배워 온 기본 (식사 자리 등) 예절 교육, 해외 소재 국제학교에 재학하면서 몸소 부딪혀가며 공부하고 배운 것들(인종, 성, 다양한 가치관 등)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야기는 이렇게 꺼냈지만 생각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윤리 의식 별 거 없다. 본인과 다르다고 함부로 차별 · 혐오적 발언 언행만 하지 않아도, 이미 임자 있는 사람을 알면서도 건드리지만 않아도, 편협한 정치질로 애꿎은 사람을 매장시키지만 않아도, 성범죄를 저지르지만 않아도 최소한 인격체로서 마땅히 존중받는 거 어렵지 않은데... 왜들 그렇게 교양 없이 금수같이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딱히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고 싶지도 않고, 실제로 스스로 우월하고 의롭다 여겨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길지도 않은 29년의 인생 동안 봐온 추악한 인간 군상 덕분에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교만함에 빠지게 되었다.


  도덕적 우월감에 눈 뜨기 시작했던 때가 고3 시절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필자를 교육했던 부모님께서는 막상 이렇게까지 괴팍하게 자랄 줄은 예상을 못하셨는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사람이 이렇게 너무 바른 소리 하고 올곧고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이 널 어려워해서 친구 못 만들어."라고 말씀하셨다. 이 이야기는 부모님뿐만이 아닌, 여러 어른 분들로부터 돌아가면서 최근까지도 듣고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어른들 말처럼 친구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생기지 않았던 탓에 극심한 외로움에 빠지게 되어, 한 동안 고집스러운 내 자아를 내려놓고 대인관계에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헛수고였다. 내가 타인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그들의 시대착오적이고 불결한 언행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한 조언을 해보았자 그들이 쉽게 바뀔 연놈들이 아녔고, 나만 '깨어있는 척하는 놈' 소리나 듣게 된다.


  앞서 언급한 어른들의 말씀, "사람이 너무 바른 소리 하고 올곧으면 오히려 사람들이 피한다.", 틀린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정말 스스로 어느 정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 같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지 않을까?'


  미개한 인싸가 될 바엔 교양있는 아싸가 되는 것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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