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제국 이념을 중심으로-
카롤루스 대제가 '기독교 제국'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는 사실은 그의 통치 방식과 그를 보좌했던 인물들의 사상에서 잘 드러납니다. 특히, **알퀸(Alcuin)**은 카롤루스 대제의 '기독교 제국'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알퀸(Alcuin, 730년대/740년대 - 804년)**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신학자, 교육가였습니다. 그는 노섬브리아 왕국 요크 출신으로, 요크의 대주교 에그버트(Ecgbert)의 제자로 교육받았습니다. 알퀸은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웅변술로 명성을 떨쳤고, 781년 카롤루스 대제의 초청을 받아 프랑크 왕국의 궁정 학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알퀸은 카롤루스 대제의 정치, 종교, 교육 정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이끈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알퀸은 카롤루스 대제에게 보낸 서신에서 왕의 권력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았음을 강조하며, 가톨릭 신앙 수호, 이단 박멸, 그리고 제국 확장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특히, 알퀸이 말하는 **'제국 확장'**은 단순한 영토 확장을 넘어 **'기독교 세계의 확장'**을 의미했습니다. 그는 이교도를 개종시켜 '기독교 세계'를 넓히는 것을 왕의 중요한 책무로 여겼습니다.
알퀸은 카롤루스 대제에게 보낸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왕께서는 두 자루의 칼을 쥐고 계십니다. 하나는 이교도의 목을 베는 칼이고, 다른 하나는 이단을 쳐부수는 칼입니다. … 왕께서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널리 알리고, 가톨릭 신앙을 수호하며, 이단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Alcuin, Epistolae, MGH, Epistolae IV, p. 145)
이처럼 알퀸은 카롤루스 대제에게 **'기독교 신앙의 수호자'**이자 **'기독교 세계의 확장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는 카롤루스 대제가 **'새로운 다윗'**으로서, 신앙을 통해 제국을 통합하고 기독교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알퀸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는 이교도였던 작센족을 정복하고 강제로 개종시켰으며, 이베리아반도의 이슬람 세력과 맞서 싸워 기독교 세계를 수호했습니다. 또한, 동로마 제국과 성상 파괴 논쟁을 벌이며 서방 교회의 독립성을 옹호하는 등,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 작센 전쟁 (772-804): 카롤루스 대제는 30여 년에 걸친 작센 전쟁을 통해 이교도였던 작센족을 정복하고 강제로 기독교로 개종시켰습니다. 이는 '기독교 세계의 확장'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카롤루스 대제가 알퀸의 조언을 실천에 옮겼음을 보여줍니다.
- 이슬람 세력과의 전쟁: 카롤루스 대제는 이베리아반도의 이슬람 세력과 여러 차례 전쟁을 벌여 그들의 북진을 저지했습니다. 이는 '기독교 세계의 수호'라는 그의 사명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성상 파괴 논쟁: 8세기 동로마 제국에서는 황제를 중심으로 성상 숭배를 금지하는 '성상 파괴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동로마 제국의 성상 파괴 정책에 반대하며 서방 교회의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이는 동로마 제국과의 신학적, 정치적 갈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로서의 카롤루스 대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카롤루스 대제의 행보는 그가 단순히 영토 확장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고 기독교 세계를 통합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즉, 그의 왕국은 이미 800년 대관식 이전부터 **'기독교 제국'**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