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환차 중국 대학원생을 만났어요.

비록 씁쓸한 기억만 남았지만요. -.-

by 까막눈이
우한 대학이 오래돼서 그런지 학교안에 이런 고풍스런 건물이 많아요.

지난번에 제가 샤오홍수를 시작했다고 글을 썼는데요, 다행히 샤오홍수에서 저와 언어교환을 하겠다는 학생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샤오홍수를 시작한 목표가 언어교환할 사람을 만나는 거라 연락 와서 어찌나 기뻤는지요.

본인은 우한대학원 학생이라며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기초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요,

위챗 아이디를 교환 후 학교 안에서 지난주 금요일 5시쯤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저는 처음 언어교환을 하자고 연락 온 거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어요.

제 샤오홍수 제목이 중국어로 '한국언니의 좌충우돌 유학기'라서 나이가 있으려니 짐작했을거 같은데 언어교환하겠다고

나서준 그 학생이 마냥 고마웠습니다.


놀랍게도 금요일 도서관 앞에 나타난 사람은 남학생이었어요! 저는 샤오홍수의 80~90%가 여성이라고 해서

당연히 여학생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놀란 것보다 그 남학생이 더 당황한 거 같았어요.

솔직히 한국 여학생으로 기대했을 텐데 아줌마가 나타났으니까요. 저를 본 남학생의 황당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

저랑 위챗에서 대화 나눌 때도 줄곳 영어를 사용하던 학생이었는데 저를 만나도 영어를 쓰고 싶어 하더라고요.

전 중국어와 한국어로 언어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일단 밥 먹으면서 대화를 하기로 했어요.

가까운 식당에 가서 각자 밥을 사서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학교 식당의 메뉴가 엄청 다양해서 먹을만합니다.

그 남학생은 대학원을 다니면서 작년까지는 불어를 배웠고 올해는 일어를 배우고 있는데 또 한국어를 시작하면 일어랑 헛갈릴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어? 저랑 만나기 전에는 한국어 기초를 배우고 싶다고 대화했는데 내용이 좀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저랑 언어교환하는 걸

내켜하지 않는 듯싶어서 기대를 접고 밥 먹으면서 일상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 남학생은 언어 배우는 게 취미이고 해외여행을 간다면 북한에 가고 싶고 한국에 놀러온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책방에 가서

같이 사진찍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유명인이라서 그렇다네요.

한국 드라마로는 <천리마 마트>를 유일하게 봤는데 재미있었다고 했고요.

저 또한 <천리마 마트>를 즐겨봤기에 신기했습니다. ^^ 학생의 말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점차 빨라져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나한테 시간을 내주는 게 고마워서 열심히 경청했습니다. 다만, 기름진 머리는 좀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여학생이었다면 도저히 같이 있기 힘들만큼 냄새나고 기름진(일명 떡진) 머리였는데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데 왜 머리를 안감았을까?

계속 의문이었습니다. ㅎㅎ


그 남학생은 제게 중국어를 잘하려면 책을 소리 내서 많이 읽고 꾸준히 글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친구가 기타 치는데 보러 가야 한다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꺼낼 새도 없이요. 물론 저도 직감적으로 한 번으로 끝날 만남이라고 생각했기에 같이 "짜이찌엔"(안녕) 했네요.

제게 시간 내준 게 고마워서 커피라도 한잔 살까 했는데 훌쩍 가버리는 걸 보고 저도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실은 '나도 네 기름진 머리 냄새 견디기 힘들었다. 잘 가~'라고 속으로 얘기했지요. ㅎㅎ

제 첫 번째 언어교환 친구와의 만남은 이렇게 쓸쓸하게 끝났습니다. 잠시 속상해하고 있는데 바로 그날 밤, 다시 샤오홍수에서

한 여학생이 제게 연락했어요! 이 여학생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서 저와의 언어교환을 간절히 바라더라고요.


남학생과의 씁쓸한 경험이 있기에 미리 제가 나이가 좀 많다고 말했는데 그 여학생은 괜찮다고 해서 조금 맘을 놓았습니다.

담주 그 여학생 topik 시험이 끝나는 일요일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발 이번에는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