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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리 May 28. 2021

'에따 라씨야' 이유는 없어, 러시아잖아

러시아라서그런 거야


러시아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이 말이 있다.


Это Россия! 에따 라씨야
러시아잖아


나는 이 말이 너무 재밌다.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말이 안 되는 일은 모두 이 말로 통한다. 온갖 말도 안 되고 이상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러시아. 그 일에 원인이나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런 거다. 러시아니까.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러시아어 수업시간에 학생이 러시아 선생님께 질문했다.

- 이 단어는 왜 이렇게 쓰는 거예요?

- 글쎄, 그냥 그런 거야. 에따 라씨야. (러시아잖아)


한 번은 러시아 우리 집 와이파이 업체를 바꾸고 싶어서 집주인과 인터넷 기사님이 함께 집으로 오신 적이 있었다. 근데 가격이 이상했다. 우리나라처럼 TV와 와이파이를 결합시킨 상품이 있었는데, TV 케이블도 같이 설치하면 한 달에 600루블(약 만원), 와이파이만 설치하면 한 달에 900루블(약 만오천원). 그래서 당연히 우리는 훨씬 더 싼 결합 상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전까지 안 좋은 화질의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물론 티비를 본다고 해서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이게 웬 떡이야! 하며 이상했지만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뭔가 결합이 되면 가격이 싸지곤 하는데 그때 당시엔 남편과 나는 가격이 참 신기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서 집주인에게 물었다.

- 왜 결합한 게 더 싼 거예요?

- 하하, 나도 몰라! 에따 라씨야! (러시아잖아)


내가 하는 유튜브에 러시아 대학교 기숙사에 관련된 영상을 올리며 탈출하고 싶었다고 올린 적이 있다. 그 기숙사의 모습을 본 내 친구들 모두가 나를 불쌍히 여겼었다. 바퀴벌레가 안 나온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근데 뭐 사실 그땐 또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잘 살았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환경이 안 좋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인데, 아무튼, 거기에 한 러시아인이 댓글을 달았다.

- 우리의 기숙사를 보고 한국인들이 충격받은 게 너무 웃기다. 에따 라씨야 (러시아야), 우린 놀랍지도 않다.




이제는 남편이랑 나도 이 말을 자주 쓰게 되었다. 마음에 든다. 러시아에서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 에따 라씨야! 하고 나면, 그냥 또 마음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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