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지나도록 낫지 않는 눈병

by 유창엽

[2023년 8월 9일(수)]

눈병이 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완쾌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제대로 된 병원을 찾기로 했다. 평소 조깅하던 집 부근에서 발견한 한 종합병원을 염두에 두고 오전에 전화를 했다. 병원 직원은 안과의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니 오후 1시 이전에 오면 된다고 말했다.

기사 2건을 송고하고서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30분쯤이었다. 집 부근이라 걸어가거나 오토릭샤를 타기로 했다. 오토릭샤 운전사와 운임을 흥정했더니 100루피를 부르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50루피면 딱 맞다고 봤다. 하지만 운전사는 내가 외국인임을 알고 호가를 고집했다.

걸어가서 내가 염두에 둔 그 병원에 이르러 경비원에게 물어봤다. 경비원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나는 휴대전화로 병원 직원에게 다시 전화해 경비실에 와 있다고 하고서 휴대전화를 경비원에게 넘겼다. 그랬더니 내가 찾은 곳이 '병원'이 아니라 '아파트'라는 것이었다. 건물 입구 간판을 자세히 보니 그 병원 직원이 묵는 아파트였다.

조깅하면서 "집 부근에 큰 병원이 있네"라며 좋아했는데 그게 병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순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 저지른 실수였다. 그 경비원은 이어 병원이 이 부근에 있다는 식으로 몸짓을 해 보였다. 그말을 믿고 찌는 날씨 속에 경비원이 손짓으로 알려준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구글에 검색을 해봤다. 병원은 20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경비원에게 속았다. 아니면 경비원과 또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아무튼 내 탓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 '올라'를 이용해 '오토'를 불렀다. 오토릭샤 운전사가 2분 안에 내가 서 있는 도로변에 나타났다. 얼마나 편한 시대에 내가 살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20여분간 오토릭샤를 타고 가면서 델리의 리얼 모습을 살펴봤다. 수재민과 소, 개, 먼지, 자동차나 오토바이 경적… 델리 모습은 10년 전이나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이윽고 병원에 도착해 안과를 찾았다. 진료비에 1천500루피가 들었고, 진료를 마친 뒤 구입한 약값이 1천루피 넘었다. 약값이 비싼 걸로 봐서 이번에는 눈병이 빨리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료는 여성 안과의사가 했고 남성 의사는 보조했다. 시력검사에 이어 안구검사가 진행됐다. 내가 이전에 화상으로 진료받고 처방 받은 내역을 적은 종이를 가지고 갔는데 이 여성 의사는 "(지난번 내가 원격진료 받은) 의사가 내과의사지 안과의사가 아니다. 처방받은 약들이 틀린 것은 아니만 꼭 적합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 의사를 내 증상이 'eye flu'라며 처방할 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진료 후 직원 안내를 받아 휴게실에 가서 커피 한 잔까지 얻어 마셨다. 안내 직원은 커피에 샌드위치나 비스킷을 먹겠냐고 묻기도 했다. 점심 시간대에 진료를 받게 돼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하는지, 모든 환자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지, 내가 외국인이라고 이러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약을 구입한 뒤 다시 올라로 오토릭샤를 불어 귀가했다.

야무나강 둔치



[2023년 8월 10일(목)]

거래은행인 한국계 은행 뉴델리 지점에 가서 직불(Debit) 카드를 수령했다. 카드는 이체는 불가능하고 물건 등 구매에 따른 결제와 현금 인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직원 도움을 받아 카드를 활성화하고, 카드와는 별도로 이 은행 앱을 내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인터넷 뱅킹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 은행 측은 당초 직불카드를 내 집(호텔)으로 지난 3일 우편발송한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어제 다른 직원이 연락을 해와 카드가 반송됐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은행을 찾은 것이다. 중간에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파악해봐야 실익도 없다. 어차피 내가 카드를 우편으로 수령하더라도 휴대전화를 통해 원격으로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앞서 점심을 먹은 뒤 렌탈회사 운전사에게 전화해 차를 대기하도록 했다. 호텔 입구에 가서 보니 어제까지 운전을 맡았던 직원은 자신에게 열이 있다면서 동료 운전사를 내게 인사시켰다. 새 운전사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다. 아내를 사켓몰에 내려준 뒤 은행을 찾았다.

운전사는 집에서 사켓몰로 가면서 길을 헤맸다. 일찌감치 운전사의 와츠앱 계정에 구글에서 찾은 은행 주소를 보내놓았기에 그에게 와츠앱을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 휴대전화를 내게 건넸다. 하는 수 없이 '경로'를 띄워 휴대전화 경로 안내를 받도록 해줬다.

렌탈 회사 차를 운전하는 이들 대부분은 영어 구사수준이 바닥이다. 영어 수준이 더 높다면 이런 일을 하지 들지 않을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 힌디어를 사용하기에 답답한 심정을 늘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 운전사는 몰에서 은행에 갈 때와 은행에서 몰로 되돌아오는 길은 헤매지 않았다. 답답하다고 짜증을 내서 죄를 지을 뻔했다.

야무나강 둔치 호수 2023100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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