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도 호텔 매니저

by 유창엽

[2023년 9월 21일(목)]

점심 식사 후 산책하러 집 주변 공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주변 도로의 중앙선 부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더니 이제는 그 구조물을 흰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인도 당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도심 이외 지역 환경미화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인도의 도로가 점점 깨끗해지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 조깅을 하면 도로가 확실히 깨끗해졌다는 점을 느낀다.

인도에서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큰 아파트 단지의 안은 깨끗하다. 하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도로는 소와 개 똥이 있고 생활 쓰레기가 풀풀 날리고 먼지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도로가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위생에 신경 쓰라고 가르쳤다. 간디 자신이 직접 청소하고 위생에 신경쓰는 모범을 보였다.

간디 마지막 발자국2 20230923.jpg 간디의 마지막 발자국을 형상화해놓은 것

공원에서 걷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 이전에도 몇번 보긴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개들이 한없이 평화롭게 낮잠을 즐기고 일부 사람들도 벤치에서 오수를 즐기는 것이었다. 특히 개들은 나무 그늘 아래 땅바닥에 몸을 대고 힘은 다 뺀 채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 문득 나도 저렇게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조깅할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도로에 아무데나 누워 자는 개들이다. 임자 없는 개들은 도로변 나뭇잎을 깔개 삼아 몸을 한껏 움추린 채 자거나 불법주차된 화물차나 승용차 밑에서 잔다. 아무도 개를 방해하지 않는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개를 피한다. 인도에 와서 개를 치어 죽게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윤회를 믿는 힌두교 영향 때문일까? 그렇게 해석하는 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개는 꼬리를 흔들며 나를 안다는 듯 살갑게 다가오거나 어떤 개는 옆에서 같이 조금 뛰어 주기도 했다.

텃새를 부리는 개들도 봤다. 한번은 낯선 도로를 따라 뛰었는데 개들이 얼마나 짖어대는지 겁도 났지만 욕도 튀어나왔다. 개들한테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고 60cm 길이의 작대기를 늘 들고 조깅했다. 부연하자면 작대기는 구타용이 아니라 위협용이다.


[2023년 9월 22일(금)]

비자연장 온라인 신청을 한 지 나흘째였다. 이메일로 비자요금을 내라는 메시지가 올까 기다렸다. 오후에 우연히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나와 아내 앞으로 각각 1만2천여루피, 9천여루피를 내라고 메일이 와 있었다.

FRRO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온라인 납부를 하라고 했다. 혼자 시도했으나 결제할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비자 기능 카드로는 안된다는 메시지가 뜨고, 인터넷 뱅킹을 하자니 인터넷 뱅킹 가능 은행군에 내가 거래하는 은행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측이 대납하도록 한 뒤 내가 호텔에 인터넷 뱅킹으로 이체해주는 방법으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호텔 법인카드로 하면 FRRO에 기록이 남아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해 포기했다.

호텔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에게 가서 함께 앉아 FRRO 로그인을 하고 결제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잘 되지 않았다. FRRO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니 나중에 시도하라는 메시지가 떠서 시간이 좀 지난 뒤 로그인 하자고 해 일단 방으로 올라왔다. 방에 와서 혹시나 하고 로그인을 시도했는데 성공했다. 급히 매니저를 찾았다. 그가 내 방으로 와서 함께 시도했지만 또 여의치 않았다.

미술관내 낮잠 개 20231007.jpg 델리 국립현대미술관 건물 안에서 오수 즐기는 개

FRRO 사이트에서 언급한 대로 30분 뒤 결제를 시도하라고 해서 또 기다렸다. 30분가량 흐른 시점인 오후 4시 20분쯤 다시 로그인하니 성공했다. 매니저를 다시 불러 드디어 결제에 성공했다. '쌩쇼'를 했다.

결제 과정에서 내가 헤맸다. 두 가지 결제 루트가 있었는데 한 가지 루트만 시도해보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안되면 다른 방법이 있음을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결제에 성공해 무척 고마웠다. 이제 비자연장 절차는 거의 종료 단계에 이르렀다.

매니저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도움을 줬다. 내 방에서 함께 로그인 하면서 내 노트북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을 보고는 바로 인터넷 담당자를 불러 랜선 연결없이 노트북 설정에 들어가 속도를 대폭 높여준 것이다. 이런 방법이 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람은 그래서 계속 배워야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겸손하게 배워야 할 것이다. 또 느낀 것은, 인도인들은 착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잘 도와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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