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비자연장 되다...자축주

by 유창엽

[2023년 9월 23일(토)]

마하트마 간디가 1948년 1월 30일 저녁 힌두교 광신자의 총을 맞아 사망한 곳. 이제는 간디 슴리티 뮤지엄이란 박물관으로 바뀌어져 있다. 이 곳을 아내와 찾았다. 첫 임기 때 방문한 이후 약 10년만이다.

오전 11시 20분에 도착했다. 기온이 32도가량 되는 듯 금세 땀이 났다. 그가 암살되기 직전까지 144일 동안 머문 곳이다. 그가 잘 때 사용한 메트리스는 아직도 방바닥에 놓여 있다. 그의 일대기와 관련된 사진과 설명으로 박물관 내부 벽은 가득 찼다. 이 건물은 간디 지인의 것이었다.

인도인 가이드가 러시아인 관광객 일행에게 큰 소리로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개별 방문객은 우리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건물 내 도서관 부근에 이르렀을 즈음 주인도 한국대사관 영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10월 11일 저녁 'P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뉴델리를 방문하는 김진표(76) 국회의장 동포간담회에 참석할지 묻는 전화였다.

P20 정상회의는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국회의장들이 모여 지구촌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동포간담회에는 20명가량 참석한다고 했다. 이력과 현직명, 사진 등을 보내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보내줬다. 그렇게 하느라 잠시 박물관 내 도서관을 이용했다. 도서관에서는 간디와 관련된 책도 구입할 수 있었다.

야무나강 둔치 웅덩이에 있는 물소.png 야무나강 둔치 웅덩이서 노니는 물소

도서관 직원과 자연스레 몇마디 나누게 됐다. 루이스 피셔라는 사람이 지은 간디 평전을 네 번 읽었다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자기도 그 책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간디는 삶의 진리를 추구하며 인도 독립이란 목표를 향해 물러섬 없이 한 발짝씩 끊임없이 전진한 사람이다. 그는 무엇을 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좌고우면 없이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면 두말 없이 실천하는 식이었다.

점심 식사는 간디 기념 박물관에서 자동차로 8분 떨어진 상투슈티 쇼핑 콤플렉스에 있는 디긴 카페(Diggin Cafe)라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세차게 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카페와 연결돼 있는 외부 식사공간의 바닥은 호수처럼 돼 버렸다. 몬순(우기)이 끝나지 않은 인도의 모습이다. 그러고는 짜증날 정도로 더운 기온이 기분 좋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2023년 9월 24일(일)]

근무하는 일요일이었다. 오후에 우연히 메일을 확인해보니 FRRO(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서류(파일) 6개를 보내왔다. 드디어 비자가 나온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와 아내 앞으로 각 3건의 문서가 왔다. 하나는 3개월 비자를 1년짜리 비자로 바꿨다는 내용의 visa conversion이고, 다른 하나는 1년짜리 비자 stay visa였다. 또 다른 하나는 FRRO 거주허가증(등록증)이었다. 여권에 붙이거나 도장 찍는 게 아닌 'e비자'다.

복잡한 내용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인도에 살려면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는 것이다. 아무튼 비자가 연장됐고 FRRO 등록도 했다는 데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급히 맥주 1병을 냉장고에 넣었다. 일을 마친 뒤 거의 매일 맥주 한 병을 마시는 게 일과가 됐다. 호텔 레스토랑에 난과 버터 치킨도 주문했다. 음식 맛은 좋았다. 애들이 12월에 뉴델리로 오면 시켜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게 반주를 마쳤다.

모디 총리 나오는 G20 포스터.jpg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이 든 G20 정상회의 안내 간판

식사에 앞서 '비자가 나오면 보내달라'는 인도 외무부, 거래은행, 에어텔에 비자를 각각 보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텔 직원이 와츠앱에 대답해왔다. 내일 중 전화를 정상화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정확히 말하면 9월 20일 오전부터 아내 전화 기능이 제한됐다.

내 휴대전화는 이상이 없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2011년부터 사용해온 전화번호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에어텔 마이와이파이(휴대용 인터넷 공유기) 기능도 정지됐다.

인도는 이처럼 상황을 극적으로 만든다. 힘들게 만들고 마음 졸이게 하다가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래서 재미있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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