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5일(월)]
운전사가 쉬는 날이었다. 종일 일하며 인도 등 관할지역 기사를 5건 썼다. 저녁 식사 즈음에 후배인 모스크바 특파원이 파키스탄 임란 칸 전 총리가 수감 감옥을 옮겼다는 긴급기사가 와이어(실시간 외신 보도)에 떴다고 카톡으로 알려왔다.
후배 특파원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하면서 로이터 통신 기사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답변이 왔다. 로이터는 긴급을 남발한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의 톡을 보냈다.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국민 스포츠 '크리켓' 스타 출신 정치인이다. 정치에 뛰어들어 2018년 8월부터 총리로 재임하다가 2022년 4월 국회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2023년 8월 부패혐의로 수감됐다. 총리 재직 기간에 파키스탄의 실세인 군부와 정책관련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150여개 혐의로 기소된 배후에 군부가 있다고 의심한다. 물론 군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그런 인물이 이감됐다는 것은 로이터로서는 의미를 부여해 크게 쓸 수도 있겠지만 한국 독자를 생각하는 나로서는 기사화할 것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남아시아든 어디든 해당 지역을 알면 알수록 그 지역의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로이터의 긴급 기사 남발도 그런 차원이 아닐까 싶다. 로이터 통신 기자로서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일 게다.
저녁 식사 후 9층에 가서 운동을 했다. 먼저 스포츠실로 가서 당구를 친 뒤 짐으로 가서 철봉 돌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했다.
혼자 당구(포켓볼)를 치면서 정확한 각도를 생각하지 않고 공을 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치면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 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하는 다른 모든 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당구가 생각하며 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것같다. 당구 칠 때는 잡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인 것같다.
[2023년 9월 26일(화)]
점심을 주인도 한국 대사 관저에서 먹었다. 집에서 오전 11시 30분쯤 출발해 낮 1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언론담당 외교관과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샴페인을 한 잔 마셨다. 핑거 푸드도 곁들이면서.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12월 10일)이다. 대사관으로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다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로 바쁜 해라고 했다.
다만 올해 개천절에는 국경일 기념행사를 예전처럼 대사관저 마당에서 하지 않고 12월 수교일에 즈음해 진행한다고 그 외교관은 말했다.
소파에 앉아 핑거푸드에 샴페인을 마시는 동안 대사도 도착하고 오찬 참석 예정자 6명이 모두 왔다. 12시 30분이 조금 넘어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오찬 테이블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면서 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수다'를 떨었다. 나는 비자 연장과정에서 겪은 웃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랬더니 각자가 인도에서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대부분 이야기들의 요지는 인도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에 공감하며 일종의 위로도 받았다.
한 참석자는 최근 인천공항에서 인도의 대표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 항공편을 타고 뉴델리로 귀환하려다가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식사하며 곁들인 포도주 덕분에 많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