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달리 일하는 인도인

by 유창엽

[2023년 9월 27일(수)]

오전에 기사를 쓰고서 바로 집 부근 에어텔숍에 갔다. 비자가 연장된 것을 입증하고 아내 휴대전화와 에어텔 공유기 기능을 복원(reactivation)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에어텔숍 담당 여직원은 영어도 서툴렀고 판단을 못해 건건이 매니저에게 문의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으로 보였다. 아내는 일찌감치 '안되겠다' 싶었는지 노이다 섹터 18에 있는 에어텔숍에 가자고 했다. 좀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일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빨리 일어서는 게 좋겠다 싶었다. 매니저가 "이틀 후에 오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기에 바로 일어섰다.

노이다 에어텔숍에 도착하자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없었다. 그 장소는 내부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운전사가 나서서 어디로 이사 갔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에어텔숍은 그 부근으로 이사갔다.

내가 방문한 에어텔숍은 내부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천장에 있는 세 개의 에어컨 자리 중 가운데 것은 아직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 때문에 실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인도인들은 어떤 면에서 매우 실용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켠에서는 본업을 하고 다른 한 켠에서는 내부공사 일환으로 에어컨을 장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일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인의 일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델리 주변지역 한 아파트 단지 경내의 골프 코스

직원들 대부분은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매니저에게 서비스를 받으려 10여분간 기다렸다. 내 차례가 돼 매니저 앞에 앉아 상황을 설명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다만 과정은 좀 복잡했다. 매니저는 중간에 나를 벽에 세워 사진도 찍고 OTP 번호도 내 휴대전화에 입력했다. 매니저는 즐기듯 일을 했다. 공유기는 심카드 교체로 바로 기능을 회복했다. 아내 휴대전화도 오늘 또는 내일 중 같은 번호로 기능을 정상화시켜 주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자기가 메일을 하면 내일 아내 여권 및 eFRRO(연장된 비자)를 갖고 아내와 함께 에어텔숍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일의 절반을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인근 DLF몰에 들러 점심을 먹고 귀가했다. 집에서 기사를 막 송고하려던 차에 그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 내로 와서 아내의 휴대전화를 복원하면 된다"고 했다. 내일 가면 안되겠느냐는 질문에 거의 명령조로 빨리 와달라고 했다. 늦게 가면 아내의 기존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갈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급히 출발해 에어텔숍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쯤이었다. 다시 한 시간에 걸친 작업이 이어졌다. 아내는 두 번이나 벽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마침내 아내의 휴대전화가 재개통됐다. 심카드 교체비용으로 250루피를 주고 집으로 향했다.

이로써 지난 7월 21일 뉴델리에서 도착해 추진해온 비자연장 및 후속조치가 모두 일단락됐다. 인도 생활이라는 게 하루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지만 기꺼이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2023년 9월 28일(목)]

추석 하루 전이다. 한국에서라면 음식 준비 등으로 떠들썩할 법한테 인도에선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다. 아침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깅을 했다. 도로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중앙선 구조물에 흰색 페인트를 칠한 데 이어 차선도 긋기 시작했다. 차선을 그어놓은들 운전자들이 얼마나 지킬지는 별개 문제다.

델리는 그나마 도로를 깨끗이 유지하고 차선도 긋는 등 점차 다른 나라 도시를 닮아가고 있다. 다만 개와 소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이들 동물을 보호할 장소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동물을 마치 사람 대하듯 '친절하게' 대접한다. 얼마 전 70대로 보이는 현지 남성은 새벽에 차로에서 개 서너 마리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있었다. 새벽이어서 차는 별도 없었지만 차가 달리는 엄연한 차로다.

인도 와인숍에서 구입한 주류

소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소들이 도로변 쓰레기 집하장을 뒤져도 먹을거리가 부족해서인지 도로변 포장마차 주변을 서성이기도 한다.

인도인들은 또 나무가 부러져도 바로 치우지 않는다. 며칠 전 점심 때 짧지만 강하게 비가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바람도 불어 내가 사는 호텔 주변 도로 등지에서는 나뭇가지가 많이 부러졌다. 도로변은 물론 공원 안에 있는 나뭇가지도 부러졌다. 그럼에도 방치되고 있었다. 도로변에 있는 한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면서 도로 일부를 점했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지장이 없어서 그런지 아무도 즉각 치우지 않았다.

오늘 점심 때 집 주변 공원에서 나뭇잎 마르는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공원 내 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았는지 부러져 있었다. 사람이나 나무나 비슷한 운명을 겪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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