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평화와 다른 주님의 평화

by 유창엽

[2023년 12월 31일(일)]

올 한해도 지나갔다. 올해는 뉴델리 특파원 신청을 하고 준비하고 나왔다. 인도에 두번째로 부임했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시기를 거쳤다. 인생은 참으며 기다리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인생은 본향인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순례라는 말이 생각난다.

올 한 해 마지막 날이지만 누군가는 노동을 해야 한다. 오늘은 내가 뉴델리 및 자카르타 특파원 권역 기사를 송고했다.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내년 2월 8일 총선 출마를 위해 후보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는 내용을 송고했다. 군부가 뒤에서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창당한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국가테러'라며 반발했다. 파키스탄 민주주의는 군부 영향력이 제거돼야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보이는데 요원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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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동부 아삼주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협상파가 인도 연방 및 주 정부와 12년간 벌여온 협상을 마무리하고 평화협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도 보냈다.

미얀마 내 무슬림인 로힝야족 난민 170명이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해변에 도착했다는 기사도 보냈다. 고국에서 자행돼온 탄압과 차별을 피해 방글라데시도 대거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 신세가 참으로 처참하다.

일을 하는 중간에 짬을 내 주엽성당 인터넷 중계미사에 참례했다. 신부님은 '성가정'에 관해 강론했다. '거룩하다'는 말은 '다르다'는 뜻이고 성가정이란 부모와 자녀가 일반 비신자들처럼 생활하면서도 '다른', '가톨릭 신자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저녁에는 과메기와 물미역, 과일, 과자 등을 차려놓고 조촐한 가족 송년 파티를 열었다. 돌아가며 올 한해를 돌아보는 말을 하고 새해 계획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파티 후 9층 체육시설에 가서 편을 나눠 200루피 내기 당구를 쳤다. 부모팀과 아들팀이 삼판양승제로 당구를 쳤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2024년 1월 1일(월)]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가 시작됐다. 월요일로 공휴일이지만 근무일이어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했다. 대기질이 여전히 나빠 외출하지 않았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기사화했다. 가자지구 전쟁 등 분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지구촌에 던지는 치유와 해법에 관한 글이었다. 연민과 내적 평화를 가지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내적 평화'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는 다르다고 한다.

주님이신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면서 풍랑에 뒤집힐 지경에 처한 배에서 평화롭게 잠을 주무셨다. 이런 주님의 평화는 총체적 안녕과 질서, 조화가 있는 상태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말하는 것이리라.

인도가 인도양 부속해인 아라비아해 감시활동을 강화한다는 기사도 보냈다. 지난달 인도로 향하던 상선이 인도 서부 구자라트 앞바다에서 의문의 드론 공격을 당한 게 계기가 됐다. 피해 상선에는 그 공격으로 불이 났으나 이내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야무나강 둔치 소들 20250821_114618243.png

오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소액대출을 통한 빈곤퇴치 운동을 벌여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가 자신이 세운 그라민텔레콤의 사원 복지기금을 만들지 않았다는 혐의(노동법 위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보냈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정적으로 간주돼 정치적 탄압을 받는 유누스가 100여개 소송에 직면한 가운데 선고받은 것이다. 재판 후 보석이 받아들여져 구금은 면했다.

하시나 총리는 오는 7일 총선을 통한 5선을 노리고 있다. 이미 약 20년을 총리로 재임했다. 야당과 인권을 탄압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5선을 노리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족이 정치적 이유로 몰살당한 것을 경험한 그로서는 권력을 내놓으면 죽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일까? 자신이 아니면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튼 그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의 승리가 '확정적인' 총선이 곧 치러진다. 결과가 뻔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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