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민주주의'라는 인도

by 유창엽

[2023년 12월 29일(금)]

기다리던 큰 아들가 16시간여 동안 비행기를 타고 뉴델리에 도착했다.미국 뉴헤이븐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아부다비로, 아부다비에서 뉴델리로 온 것이다. 트렁크 2개에 가족 선물을 가득 넣고 왔다.

나는 거주 호텔에서 아내, 둘째 아들과 함께 인디라간디국제공항 터미널 3을 향해 오후 6시에 출발했다. 1시간여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청사 입장권(장당 100루피)을 구입해 터미널 3 내부로 들어가 기다렸다.

큰 아들이 이윽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해프닝도 있었다고 했다. 검색대에서 벨트를 풀어놓고 그냥 갔다가 10분 뒤 생각이 나서 다시 검색대로 갔더니 벨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항 직원들은 "대신 다른 사람의 벨트를 가져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청소하는 직원들이 누가 가져갔는지 알 만하다고 말했단다.

멋진 공원 나무들 20250814_152622559.png

공항 직원들은 마침내 인도인 한 명을 찾았다. 그 사람은 자기 벨트를 놔두고 큰 아들의 '좋은' 벨트를 가진 것이다. 그 인도인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고 한다. 희한한 일도 다 생긴다. 그 일 하나로 인도인 전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이야기는 매듭지어졌다.

집(호텔)로 향하는 이노바 차 안에서 호텔 레스토랑에 먹을거리를 주문했다. 버터 키친과 빨락 파니르, 난을 시켰다. 집에 도착한 뒤 네 식구가 모처럼 한 식탁에서 둘러 앉았다. 식전 기도는 내가 자진해 했다.

아내는 서울에서 갖고 온 과메기를 내놨다. 식탁은 인도 음식과 과메기, 물미역 등으로 가득 찼다. 5개월 여만에 가족 전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인도 땅에서 가족이 재회한 것이다. 그간 못 나눈 이야기들을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2023년 12월 30일(토)]

아들 둘과 함께 뉴델리 바산트쿤지 앰비언스몰에 갔다. 2014년 6월 말뉴델리를 떠난 뒤 3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애들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이다.

몰 진입로에 들어서자 "옛날과 똑같구나"라고 누가 말했다. 인도가 10년 전과 똑같은 것이 어디 이곳뿐이랴만 애들 눈에는 신기했을 법하다. 내 눈에 애들이지만 다들 성인이다.

애들과 함께 몰 안에서 이곳저곳 들러 아이쇼핑을 했다. 스포츠용품 매장에서는 탁구 배트와 공 세트를 하나 구입했다.

이후 나와 큰 아들은 고급 미용실인 '기탄잘리 살롱'에 들러 이발을 했다. 기탄잘리 살롱은 남녀 공용이다. 이발사와 보조원이 많다. 인도에서는 노동력이 풍부하지만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음식점이든 어디든 종업원들이 북적댄다.

이곳 미용사들은 모두 남자다. 다른 인도 미용실 미용사도 남자들인 것 같다. 그런데, 머리 뒷부분 컷을 할 때 일률적으로 밀어버리다시피 한다. 한국처럼 머리 뒷부분 컷을 할 때 위로 갈수록 머리카락 길이가 조금씩 길게 해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을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나는 인도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에게 늘 너무 많이 깎지 말라고 주문한다.

휴시중인 소들 20250814_152638454.png 뉴델리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소들

이어 시내 외교단지 내 이탈리아문화센터 레스토랑(디바)에 들러 점저를 먹었다. 애들은 문화센터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과거 생각이 났는지 사진을 찍었다. 레스토랑에서는 피자 2판과 각자 단품 하나를 주문해 먹었다.

귀갓길에 경찰이 일부 도로를 차단해놓은 것이 보였다. VIP 이동시 등에 하는 조치다. 경호상 이유는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늘 이러니 기분이 나쁘다.

사실 시민으로서는 경호상 이유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그저 그렇게 추정할 뿐이다. 부패와 편법, 꼼수가 여전히 곳곳에 배여 있기 때문에 경찰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튼 어떤 경우에는 많은 도로를 차단해 에둘러서 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도 외국 정상이 긴급 이동할 경우 등에는 경찰이 교통신호 조작 등으로 통행로를 확보하지만 인도처럼 매일 그러지는 않는다.

사소한 것이지만 뉴델리 경찰의 이러한 도로 통제를 보면서 자타칭 '세계 최대 민주주의' 나라에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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