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식민지배한 영국인이 신사?

by 유창엽

[2023년 12월 27일(수)]

휴가 이틀차다. 오전에 사켓몰에 갔다. 둘째 아들과 내가 각각 청바지를 샀다. '바이 원 겟 원' 상품을 구입했다. 피팅룸에서 여러 차례 갈아입어봤다. 서울에서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점심식사는 귀가해 점저로 먹었다. 이어 렌털 택시회사 사장에게 가서 이노바 이용건과 관련해 문의했다. 운전사 딸린 이노바를 하루 종일 이용할 경우 가격은 4천500루피라고 했다.

사장은 현재 내가 자기 차를 월세로 임차하고 있으니 이노바를 하루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 2천500루피를 내야하나 500루피 할인해줄 테니 2천루피를 내라고 했다.

인도 서민의 원룸 월세가 4천500루피인 경우도 있으니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현지 서민 기준에 맞출 수도 없다. 인도에서는 외국인은 별도 가격 수준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장 사무실에서 가격 협상을 마칠 즈음에 그의 친구라는 또다른 시크족 남성 1명이 사무실에 왔다. 턱수염이 희어 언뜻 봐도 30대 말인 사장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언론인이라 했더니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나무에 붙은 다람쥐 20250814_145557403.png

내가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오늘의 뉴스는 뭐냐고 묻길래 오늘은 내가 휴가이니 오늘의 뉴스는 없다고 응대했다. 박장대소했다.

그는 1999년부터 4년간 러시아에 살았다고 했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사촌이 초청했다고 한다. 인도는 미국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더니 러시아와 더 가깝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또 시크족은 힌두와 마찬가지로 닭고기와 양 또는 염소 고기, 생선을 먹고 그외 고기류는 먹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김치를 매일 먹는다고 했더니 '김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했다. 김치에 대해 설명해줬다. 김치에 새우 등이 들어가서 채식주의자들은 먹기가 어렵다고 말해줬다. 채식주의자들이 한국에 가서 살면 먹는 문제로 고생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2023년 12월 28일(목)]

카톡 단톡당에 31일자로 6명이 명예퇴직하고 2명이 정년퇴직한다는 내용의 인사발령이 올라왔다. 회사 자금사정이 어렵게 돼 회사가 2차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 '사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툭하면 특파원 줄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올라온다.

회사는 이미 선양과 홍콩,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현 특파원이 임기를 마치면 후임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거치면 어떤 식으로든 특파원에 대한 기존 정책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막말로 중간에 들어오라면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다. 물 흐르듯 상황에 맞춰 살기로 했다. 다만 특파원을 하는 동안 경영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회사의 암울한 상황이 마음 한 켠을 짓누르는 즈음이다.

공원 내 산책길 20250814_145611660.png

점심 때 즈음 호텔 부근 도로변의 재봉사에게 가서 어제 구입한 나와 둘째 아들의 청바지를 줄였다. 재봉사는 호텔 건너편 아파트 입구에 있다. 천막을 쳐놓고 그 아래 재봉틀 하나 놓은 채 일한다.

청바지을 줄이는데는 감쪽 같았다. 40대인 재봉사가 작업하는 20분 동안 작업에 방해될까 봐 말을 걸지 않았다. 일이 끝난 뒤 청바지 두 개 줄인 값 140루피에다 10루피의 팁을 더해 줬다. 영어로는 소통되지 않았다.

점심 식사로는 냉면을 먹은 뒤 구경 겸 쇼핑하러 '칸 마켓'으로 나갔다. 보석 가게와 생활용품 가게인 굿어스에 들렀다. 칸 마켓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이제는 가격도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편이다.

한국인들은 인도가 개발도상국이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나라 물건도 낮잡아 보는 것 같다.

인도인들이 손으로 만드는 모직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인들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면서 인도 원료를 자국에 가져가 모직물을 만든 뒤 인도에 수출하려고 인도 모직물 장인들의 손을 잘랐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이런 맥락에선 '젠틀맨'이 아니다. 무턱대고 영국인들을 신사로 여기는 행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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