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5일(월)]
인도에서도 성탄절이다. 오랜만에 의정부에서 홀로 사시는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둘째 아들이 방학을 맞아 현재 인도로 나와 부모와 함께 있고 큰 아들도 조만간 인도로 올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가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추운 날씨에 잘 지내시느냐고 여쭈었더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은 월요일이어서 계약직 운전사가 출근하지 않았다. 올라 앱을 통해 부른 세단택시로 아내, 둘째 아들과 DLF몰 노이다로 나들이를 갔다. 몰내 입주 상점들의 직원 다수가 머리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펀자브 음식 레스토랑에는 아예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레스토랑 안에 세워놓았다. 일부 가족 단위 손님들은 이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성탄절은 인도에서도 공휴일이다. 14억명 인구의 80%이상이 힌두인 인도는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다른 종교도 당연히 인정한다. 인도 내 무슬림 인구가 현재 약 2억명이다. 호텔에서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다 보면 무슬림 예배를 알리는 소리도 들린다.
점심 식사 전 스포츠 매장에 들러 옷 몇 벌을 샀다. 매장이 넓어 몇몇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자유로운 풍경이었다.
카운터 쪽에 가서 자가결제 코너를 이용했다. 계산하려는 옷을 박스에 넣자마자 박스 내 센서가 옷 가격을 인지해 모니터에 가격을 띄웠다. 이런 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결제는 직불카드로 했다. 인도 정부가 말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의 한 단편인 셈이다.
생활 곳곳에서 디지털라이제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입력이 잘 안되거나 안내가 부실한 상황도 가끔 맞닥뜨리게 된다.
몰에서 구경 겸 쇼핑을 마치고서 동문(East Gate)로 빠져나왔는데, 몰로 들어오는 인파에 입이 딱 벌어졌다. 무서울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워낙 밀려드니 경비들은 별도의 줄을 만들어 입장시키고 있었다. 인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압사사고. 압사사고가 한 순간의 잘못된 상황 때문에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
[2023년 12월 26일(화)]
휴가기간이라 느긋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공기가 나빴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밖에서 조깅을 했다. 새벽에 도로변을 청소하는 이들, 출근하는 이들 등 여전한 풍경이 펼쳐졌다. 조심하지 않으면 밟을 수 있는 소나 개의 똥도 곳곳에서 보였다. 소똥이 압도적으로 많다. 힌두교도가 어머니로 여기는 동물이 소다.
예전보다 똥이 많이 줄어들 긴 했다. 하지만 도로변 등에 소와 개의 먹을거리를 놓아두는 인도인들의 '착한 심성' 때문에 도로는 앞으로도 계속 똥 때문에 더러울 것이다.
오전에는 사립병원에 들러 혈압약 처방전을 받았다. 내과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한국에서 처방받아 먹어온 약 세 종류 가운데 한 종류의 경우 인도에는 없는데 처방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전문지식이 없으니 의사님이 판단해달라"고 했더니 수긍했다.
내가 수긍하면 내 책임일 것이고 의사가 판단해 괜찮다고 하면 의사 책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만약에 처방한 약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의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에도 세 종류 약 가운데 하나가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집 부근 사마차르 마켓에 갔다. 어느 약국에 들렀더니 문제의 그 약은 없어 인근 다른 약국에 들러 해당 약을 구입했다. 두번째 약국에서는 세 종류의 약이 다 있다고 했다. 종합병원 약국보다 재래시장 약국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에는 사켓몰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레스토랑에 아내와 둘째 아들을 남겨둔 채 전철역 사켓 부근에 있다는 이그노우 본부(캠퍼스)에 찾아갔다. 사켓몰에서 가까운 줄 알았다.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 일반 주택가 골목과 번잡한 상가를 통과해 한 참을 가서야 도착했다.
캠퍼스에 도착한 뒤에도 몇번이나 물어 제대로 된 번지수를 찾았다. 결국 정문 입구에 있는 '인터내셔널 디비전'에 가서 담당자에게서 해당 과목은 외국인이 수강할 수 없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이그노우 홈페이지에서 파악하기로는 외국인도 수강 가능한 것으로 돼 있었던 것이다.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정문에서 내게 길을 알려준 사람은 인터내셔널 디비전이 2km 남짓 떨어진 VC(vice chancellor·부총장) 사무실 부근 건물이라고 특정해줘서 거기로 갔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인도인들은 잘 모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아는 체 하는 경우가 많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게 상대방을 돕는 것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