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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양 Feb 02. 2024

성장

우당탕탕 성장기 세 자녀와 뒤엉키며 살아가는 이야기

어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예준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형들하고 어린이 도서관에 책빌리러 다녀와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다녀와~!" 


"교통카드에 돈 들어있어요?"


"응! 충분히 들어있어~ 걱정말고 다녀와~"


엄마가 너무 흔쾌히 한번에 답변했다고 생각했는지, 예준이는 오히려 좀 놀란 기색이었다. 초2 예준이는 그렇게 엄마, 아빠없이 동네형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원래 빌렸던 책 3권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 2권을 무사히 빌려왔다.


몇 달 전에는 초4 예희가 친구2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든파이브 교보문고에 아이브 포카를 사러 다녀왔다. 포카도 사고 현대몰 다이소에 가서 포카북도 사고, 어찌저찌 떡볶이집도 찾아내서 김밥과 치즈떡볶이도 사먹고 왔다. 가든파이브의 구조는 NC백화점과 현대아울렛이 혼합된 형태라서 상당히 복잡했을텐데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미션을 다 수행했다는데서 나도 내심 놀랐고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이제 내 손에 쥐어지지 않을 먼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련했다. '삐약삐약 너희들이 이제 나를 떠나가는구나.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그 때가 도적같이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도 너희들은 자라고 있었어.


오지 않을 것 같던 순간이 오고야 말았어.


그래, 더 멀리멀리 떠나고, 더 멀리멀리 찾아가렴.


엄마는 그 길을 지켜보며, 응원할게.


사랑해. 고마워. 잘 떠나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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