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지망생 딸의 오디션 도전기
JOY가 4월부터 엔터기획사 오디션 준비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5달이 지났다.
그 동안에 JOY는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일주일에 두 번씩 저녁시간에 케이팝 댄스반에 다녔다. 중간중간에 지하철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치고, 버스정류장을 잘못내려 먼 길을 되돌아오는 일들이 자주 있었지만, 초5치고는 꽤 의젓하게 오가는 길에 큰 사고없이 다녀주었다. 어린 여아를 밖에 내놓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같다. 낯뜨거운 술집 찌라시들이 흩뿌려져있는 강남의 큰 대로변을 걸어가는 것도 걱정이고, 좁은 길은 좁은 길대로 걱정이고.. 하지만 세상물정모르는 JOY는 뭐가 그리 재밌다고 꼬박 5달을 결석 한 번 없이 성실히 다녔다.
우리가 다닌 학원은 역시 사전조사했던 것처럼 아이돌 배출 사관학교로 소문난 곳이었다. 초반에 길 익힐 때까지 몇 번 데려다 주다 보았는데, 거의 매번 기획사들이 학원에 와서 인재들을 픽업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오디션을 보기 위해 어린 고딩학생 친구들이 무대의상을 차려입고, 학원 복도에서 목을 풀거나 춤을 리마인드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는 것도 JOY한테는 상당히 신기함을 넘어서는 동경의 모습이었다.
학원에서는 두어달에 한번씩 '세미나'라는 것을 열었다.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다가, JOY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한 남자분이 혹시 아이돌 지망생이냐고 말을 걸어오시길래 '그렇다'고 답했더니 그럼 '세미나'에 한번 오시면 좋겠다고 하시며 시간과 장소를 안내했다. 그리고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찾아갔더니 벌써부터 학원 내 아이돌 지망생 수십명이 세미나를 듣기 위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아까 내게 말걸었던 분은 이 학원의 대표였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이랄까... 그런 비슷한 것이었는데, 다만 다른 것은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에게 좀더 현실적인 얘기들, 준비과정에서 필요한 자세 이런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죄다 얘기하는 것이었지만 꽤 재미있고 주워들을 것이 있는 얘기들이었다.
그러다 대표는 말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매력, 비주얼, 실력' 이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특히 여자아이돌은 더 그렇다. 그런데 내가 쭈욱 둘러보니 비주얼 요소가 되는 아이가 한 명도 보이질 않아. 그럼 어떡해야돼? 실력과 매력을 키워야지~'하는 것이었다. 이런 세계인 줄 알고 들어섰지만, 그 어떤 거름막도 없는 아이들이 듣기엔 뼈아픈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OY는 아랑곳하지않고 학원에서 따로 관리하는 오디션반에 들어갔고 거기서 연습을 계속했다.
8월이 되자 JOY가 오디션 안내장 하나를 캡처해서 보내줬다. 키즈아이돌 기획엔터사인 Clever엔터에서 멤버를 뽑는다는 공고였다. 안된다고 할 명분이 없어서.. '그래, 오디션 많이 보고, 빨리 많이 떨어져서, 빨리 포기해라.' 이런 마음으로 마다않고 자리에 데려가줬다. 하필이면 주일날 예배 후에 있던 오디션이라 Olivia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게 됐다. 곡은 평소 댄스학원에서 연습하던게 있으니까 그걸로 하면 됐고, 기대없이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아이들은 유투브에서만 보던 Clever 진짜 멤버들이 연습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더니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설레어하며 좋아했다.
JOY는 댄스부문을 지원해서 아일릿의 Magnetic으로 오디션을 봤다. 인터뷰 질문 몇 개와 함께 오디션은 금방 끝났다. 결과발표까지 한 시간을 밖에서 또다시 대기했다. 약속된 시각이 되어 결과발표장에 들어가자 우리 그룹에서 선정된 멤버를 발표했다.
JOY였다. 아.. 떨어졌다고 했어도 기분이 별로였겠지만, 붙었다고 하니 더 난감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왔는데 이건 뭐지? 떨어져야 이 길로 안가는데.. 그런 마음이었달까.. 그렇게 JOY는 엄마 속도 모르고 너무나 기뻐했다. 우리 부부는 1주일간 또다시 고민하고 1년 간의 활동이 명시되어 있는 '기획사 계약서'란 것에 서명을 했다.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동안 JOY에게서 성실과 집념을 보물처럼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다. 무언가를 갈망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라는 것은, 혹여 앞으로 실패하더라도 그 인생, 어떻게든 뚝심있게 밀고 나갈 에너지도 가졌다는 반증이기에 반갑고 믿음직스럽다. 그 인생을 JOY 스스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가운데 인도하심 아래 있다는 것도 믿고 비빌 언덕이다.
JOY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퇴근해 JOY를 만나러가면 가끔 밥을 같이 먹고 집에 들어가는데, 음식이 나오는동안 손을 꼭 맞잡고 얘기한다.
"JOY야. 고마워. 너는 엄마를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줬잖아. 그래서 소중해. 너때문에 엄마가 됐고, 너때문에 5살의 엄마도 처음이고, 10살의 엄마도 처음이야. 이제 앞으로 JOY때문에 스무살의 엄마도 처음될거야. 그 처음엄마를 선물해준 너에게 고마워. 그리고 처음이라서 서투르고 부족한 엄마를 온몸으로 받아주고 견뎌주고 같이 고생해준 너에게 고마워. 엄마는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
우리들의 뜨거운 여름이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