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당신을 거절합니다(1)

미국행 비자 면접기

by 레나양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아니, 지난 일년간 준비했던 미국행을 결정짓는 대사관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여름부터 수속을 밟기 시작해, Researcher Scholar로서 미국 대학교의 DS2019 초청장까지 문제없이 받아놓은 상태였고, 간혹 미준모 사이트에서 비자거절당한 후기가 있었기에 긴장은 되면서도, J비자는 거절되는 걸 본 적이 없다고들 말하는 사람들 얘기때문에 비자통과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주위에 친한 지인들에게는 올해 안에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얘기했고, 친한 직장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교회식구들은 우리 가정이 미국가게 되는 것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나는 주변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올 여름까지 쓰던 선풍기도 창고에 넣는 대신 지인에게 나눔했고, 캠핑용품이며 여러 큰 짐들을 나누거나 당근에 내놓았다. 언제든 떨어지면 그대로 버리고 갈 수 있도록 대용량을 쓰던 샴푸와 린스도 소량으로 한 개씩 구매했다. 짐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옷도 안사거나 사더라도 최소한으로 샀다. 아이들의 댄스학원이나 축구클럽 일정도 12월에 끝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했다. 이교정도 최대한 제때에 종료되도록 원장님을 독촉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자연스럽게 미국에 가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고, 금새 동네에 소문이 퍼져서, 'JOY네 미국가요?'하고 물어오는 주민분들이 많아졌다.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이상해, 이러저러해 미국에 가게 되었노라고 설명하곤 했다.


나는 내 부족한 영어실력을 아는 탓에 새 해가 밝자마자 영어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실습하며 드러눕고 싶은 몸을 이끌고 강남역 해커스까지 최대한 결석없이 성실하게 공부하려 애썼다. 밤과 주말에 시간을 쪼개어 쓰며 예습복습을 했다. 교재비와 강의비로 한 달에 몇 십만원씩 돈도 많이 퍼부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낸 후 오늘, 비자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수면이 모자라면 조증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수면시간 확보를 위해 애를 쓰는 편인데, 오늘은 인터뷰로 인한 긴장때문에 새벽 5시부터 눈이 번쩍 떠져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인터뷰 예상질문에 대한 응답을 머릿 속으로 무한반복하며 동트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남편과 함께 주한미국대사관에 도착해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시작했다. 다행히 원래 준비한 서류, 그리고 혹시 몰라 준비한 기타 서류까지 완벽하게 잘 준비해서 서류심사대를 통과했다. 이어지는 인터뷰 대기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귀동냥으로 듣고 있었다. 여러 면접관 중 유독 한 면접관이 인상 팍 쓰고 한 면접자에게 오랫동안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들 여럿이 인터뷰를 통과할 때 그 면접관만 잘 패스가 되질 않아 줄이 밀렸다. 비자결정 후 힘없이 면접장을 빠져나가는 면접자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짠했다. '저 사람 안걸리면 좋겠다' 생각했다. 반대로 'Hi~'하면서 기분좋은 미소를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하는 면접관도 있었다. 비자승인도 잘 되는 것처럼 보였다. '저 사람 걸리면 좋겠다' 생각했다.


참..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내가 생각하면 왜 반대로 되는걸까.. 나는 까다로운 그 면접관한테 걸렸다. 마음아파서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 어렵지만,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 갸웃갸웃을 하더니 우리 비자를 거절했다. 돌아나서며 비현실감이 나를 사로잡아서 한 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허무했다. 2년을 고민하고, 1년을 준비했던, 나의 2024년도를 대표하는 단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미국행'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나, 믿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여기서 멈춘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려 애썼다. 한 번 더 try해볼지, 아니면 '여기서 멈춘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해석을 내 인생 가운데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멈춤에 동의하기로 했다.


그 멈춤이란 나에게...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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