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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골목 카페에서

커피 향이 마음에 내려앉을 때

어제 길을 가다 작은 커피숍을 발견했다. 프랜차이즈커피가 아닌 독립커피 전문점이다. 사장의 취향으로 모양을 낸 작은 가게. 왜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을까. 시장 후문 입구 쪽이라 이동인구가 많지 않다. 경리단, 익선동 같은 유행하는 거리도 아니다. 짧은 생각을 할 찰나 바리스타로 보이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대게 쳐다본 이가 눈길을 거두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 가게주인임을 직감했다. 그 눈길에는 들어오라는 신호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움직임에는 관성이 있기 마련이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갈 길을 재촉해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길을 걸으면서 다시 꼭 와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길을 익혀두었다. 잊어버리지 않게. 시장정문 입구를 쭉 따라 내려가면 된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와봐야지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방문했다. 그다음 날 바로.


바로 찾지 못했지만, 어렵지 않게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피냄새보다 빵 굽는 냄새가 먼저 반겼다. 언제나 그렇듯 라떼를 주문했지만 아이스는 아니다. 카페인을 뺀 것으로. 커피를 평가할 만큼 전문가의 식견은 없다. 하지만 내가 마셔본 따뜻한 라떼중에선 손에 꼽을 수 있다. 사실, 대형 커피전문점에서는 라떼를 주문하지 않는다. 맛이 없어서다. 아니 기계적인 느낌이라서. 그런데 이 정도의 맛이라면 기꺼이 주문할 것 같다. 물론, 내 취향이지만.


솔직히 여기를 다시 찾은 이유는 바리스타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워낙 거리 걷는 것을 좋아하고, 길을 가다 좋아 보이는 집은 한 번씩 들어가곤 하는데, 주인과 눈이 마주쳐 가보고 싶었던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우리가 손님으로 처음 접하는 것은 가게의 외관이지, 그곳 일하는 사람 때문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 커피점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가게 인테리어에서 나오는 멋이 아닌 사람의 따듯함에서 오는 끌림 말이다.


여기 오기 전에 전포동을 걸었다. '전포카페거리'. 유명세에 비하면 독특해 보이는 가게는 생각나지 않는다. 공구가게와 어우러진 독특한 부조화의 느낌은 있어도 그게 다이다. 정작 '카페거리'가 아닌, 길 건너 주변의 가게가 더 눈길을 끈다. 가게 주인의 열정으로 시작되었지만 돈이 가게를 감싸게 되면 느낌은 사라진다. 내 욕심이다. 이 가게도 오랜 시간 동안 커피와 빵의 달콤한 냄새가 이 골목에서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5. 1. 31. 수영팔달시장 뒷골목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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