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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타이타닉호 같은 대서양 횡단 여객선이 있다?

우리의 바다를 생각하며

타이타닉 호는 단 한 번의 항해로 역사에 남을 선박이 되었다. 아마 항해가 완성되지 못해 돌아올 수 없었던 수많은 승객들 때문일 것이다. 그 이후로, 항공기의 발달은 유럽과 대서양을 오갔던 정기여객선을 급격히 쇠퇴하게 만들었고 여객선의 향수가 지금의 크루즈선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아직도 타이타닉 호와 같은 정기여객선이 다니고 있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지 113년이 지난 지금에도.


놀라운 사실을 파헤쳐 본다.


20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시기에 한창 경쟁하던 정기여객선사는 타이타닉 호로 유명한 화이트 스타 라인(White Star Line)과 큐나드 라인(Cunard Line)이었다. White Star Line은 타이타닉 호의 침몰로 급격하게 쇠퇴하였고, 끝내 Cunard Line에 인수합병되어 사라지게 된다. 당시 Cunard Line이 운항하던 여객선 중 한 척이 퀸메리호(Queen Mary)이었는데, 전통적인 대서양의 여객선 계보를 잇기 위해 퀸메리2호(Queen Mary 2, QM2)가 2004년 1월부터 정식 취항하게 된다.


QM2는 프랑스 샹티에 드 라틀랑티크(Chantiers de l'Atlantique) 조선소에 건조되었다. 이때의 선가는 8억 달러(약 1조 원)로 당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선박이었다. 총톤수로 약 15만 톤에 달하고, 선박의 길이도 345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여객선이다. 타이타닉 호가 총톤수로 4.6만 톤이니 QM2가 약 3배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 총톤수는 부피개념이므로 용적이 3배가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승객 정원은 약 2,695명(최대 3,090명), 승무원은 약 1,253명이 탑승한다고 한다. 마지막 대서양 횡단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 QM2는 영국 사우스햄턴과 미국 뉴욕을 오가고 있다. 출항한 지 8일 만에 도착한다.


QM2를 운항하는 Cunard Line은 과거 대서양 횡단의 정기선이었던 퀸메리호와 퀸엘리자베스호(Queen Elizabeth)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여객선의 목적은 크루즈와 다르다. 여객선은 정해진 목적지를 정시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이동의 목적으로 한다. 반면, 크루즈선은 이동의 목적보다는 승선하는 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엔터테인의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M2는 여객선임에도 고급스러운 실내장식과 객실, 영화관이나 식당, 도서관, 라운지, 수영장, 카지노와 연회장 등 여느 고급 크루즈선과 다르지 않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8일 동안 승객들은 무료하지 않도록 사교 행사, 갈라 디너, 강연, 볼룸 댄스 등 과거 전성기 시절 누렸던 클래식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유럽과 신대륙이었던 북미를 연결하는 정기선의 위상은 비행기가 없던 그 시절,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많은 유럽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에 올랐을 테고, 먼저 가 있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서양 횡단 여객선이 올랐을까. 망망대해였던 그 바다도 끝이 있기는 마련이지만, 드넓고 거친 바다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당시 그들이 느낀 바다와 선박의 규모는 지금 우리의 그것과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증조부모들이 희망을 가지고 건너갔던 그 바다를 그들이 따라서 건너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유산을 간직하기 위해 Cunard Line은 QM2를 운항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들이 가진 크루즈선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것이리라.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는 모두 유럽과 미국이 소유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남다른 바다와 선박에 대한 사랑, 대항해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서양 횡단 여객선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25.8.1. 우리는 바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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