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7. 하루 17,000보의 헌신

by 한승재

## 드디어 입주!


자, 드디어 그날이 왔다. 입주! 물론 우리 집도 아니지만 약간의 설렘은 있었다. 딱 3초간. 문을 열자마자 현실이 때렸다. 아직도 여기는 완전 공사판이었다.

"이게... 입주예요?"

들어가는 순간부터 먼지와의 전쟁 시작. 학교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와 콧속을 휴지로 닦아보면 깜짝 놀란다. 코안이 새까맣다. 탄광에서 일한 것도 아닌데! 마스크를 써야겠지만, 하루 종일 뛰어다녀야 하는 내 상황에서는 숨이 막혀서 불가능. 그냥 먼지와 친해지기로 했다.

나와 시설주무관님은 그래도 공사 현장을 많이 다녀서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행정실 여직원분들은 입주와 동시에 처음 오는 상황.

"와... 정말 크네요!" (규모에 놀라며)

"그런데... 여기서 일해야 해요?" (공사판을 보며 당황)


## 인간 내비게이션


새집으로 이사 오니까 진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그것도 내가 메인 캐릭터인! 다른 직원들은 자기 자리 정리하고 주문한 물건들만 확인하면 끝. 나? 나는 살아있는 내비게이션이 되었다.

"실장님! 여기 좀 봐주세요!"

"실장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실장님! 잠깐만 확인해 주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까... Fitbit이 미쳤다!


8편사진.png Fibit 기록-18,344


하루에 17,000~18,000보는 기본이다. 이게 얼마나 많은 거냐면, 보통 사람들이 하루 권장 걸음 수가 10,000보인데 나는 거의 두 배를 걷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2~3kg는 저절로 빠졌다. 이런 다이어트가 또 어디 있나!

예를 들어 이런 일들도 매일 발생한다.

오전 9시: "실장님, TV 어디에 달아요?"

→ 교실 올라가서 확인 → 교무부장님께 전화 → 위치 결정

오전 10시: "칠판 높이가 이게 맞나요?"

→ 또 올라가서 확인 → 높이 조절 지시

오전 11시: "게시판 여기에 달면 되나요?"

→ 또또 올라가서 확인 → 위치 재조정

심지어 화장실까지!: "휴지걸이 높이 어떻게 할까요?"

→ 화장실까지 직접 가서 아이들 키 고려해서 높이 결정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내가 언제 건축 전문가가 됐나 싶지만, 안 하면 큰일 나는 게 신설학교의 무서운 현실이다.


## 타산지석: 다른 학교의 충격적인 실수


왜 이렇게 꼼꼼하게 하냐고?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최근 개교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진짜 실화다.

개교 D-10.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터진 폭탄 같은 소식.

"칠판 10개가 안 들어가요!"

뭔 소리냐고? 교실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른데, 똑같은 사이즈 칠판을 주문한 거다. 그것도 10개나!

칠판은 맞춤 제작이라 다시 주문하면 몇 주가 걸린다. 개교일은 코앞이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벽을 뜯었다!


교실 벽을 허물고, 냉난방기 스위치, 전등 스위치, 전열교환기까지 전부 다시 이전 설치했다. 공사비만 수천만 원. 그것보다 더 큰 건 시간과 스트레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등골이 서늘했다. '아,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는구나.'

우리 학교는 칠판 주문하기 전에 직접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줄자로 재고, 업체 직원과 함께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혹시 이 교실은 좀 다르지 않나요?"

"여기 기둥 때문에 사이즈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업체 사람들도 처음엔 "다 똑같아요"라고 했는데, 직접 재보니까 교실별 조금씩 다 달랐다!

드디어 주문했던 가구들과 비품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제 끝인가요?"

천만의 말씀! 발주가 끝났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진짜 행정실장의 진가를 보여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설치와 배치, 이게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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