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10. 아이와 함께하는 출근길

by 한승재

## 육아휴직 vs 함께 출근


초등학교 입학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는 육아휴직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상황이 복잡했다. 와이프는 아이가 어렸을 때 3년 연속 육아휴직을 써서 더 이상 어려웠고, 이제는 내 차례였다.

하지만 휴직의 가장 큰 고민은 복직할 때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육아휴직을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아침에 아이 손잡고 등교시키기, 하교 시 교문 밖에서 기다리기, 집에 함께 오기, 학원 가는 것 도와주기. "이런 일로 굳이 휴직을 할 필요는 없겠다!"

그래서 선택한 제3의 방법은 아이를 내가 다니는 학교로 입학시키기!

초등학교는 상피제가 없어서 학교장 재량으로 얼마든지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다!


## 특별한 6개월간의 동행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많이 남은 상황이라, 아이와 함께 차로 출퇴근을 6개월 정도 같이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는 와중에도,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일과가 있었다. 아이와 함께 출근, 같은 건물로 향하는 아침길이 참 특별했다. 아이는 수업이 끝나면 돌봄 교실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끝나기 1시간 전에 바둑학원에 다녀온 후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 기다렸다가 함께 퇴근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힘들고 바쁜 하루하루였지만,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빠의 직장생활을 이해하게 되고, 아이와 함께하는 이 특별한 출퇴근 시간만큼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와 같이 있다는 안정감 덕분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행정실에 나타난 작은 손님들


아이가 아직 어려서인지,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행정실에 내려와 인사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 아들이 우리 학교에 다닌다고 직원들에게 일절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복도나 수업에서 아이를 우연히 보더니, "행정실장님 아들이구나!" 알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아이가 제일 신나 했던 순간은, 어쩌다 복도에서 나를 만나게 되면 아빠랑 하이파이브하고 지나가는 걸 너무나 좋아했다! 하지만 분명히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 절대 하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나 전화하기, 아이가 있는 교실에 올라가기, 업무적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아이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기. 담임선생님도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선생님이셨다. 아이가 2학년으로 올라간 이후에, 아이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업무차 전체 메시지를 보내셨길래 답장으로 "그동안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쪽지 회신해 드린 게 다였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도 정성스러운 편지를 보내주셔서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 식당에서만 누리는 특권


유일하게 행정실장 아들 혜택을 받는 곳, 식당!

아이가 너무 학교밥을 잘 먹어서 2번씩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양교사의 증언) 특히, 닭다리가 나오는 날에는 1개씩인데, 한 번 더 받으러 갔더니 닭다리를 1개 더 주었다고 아이가 너무 즐거워하면서 말해주는 것이다! 다른 아이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닭다리도 용기 있는 자가 더 얻는 법이다.

식사시간에 영양교사가 우리 아이에게, "선생님이 해주는 밥이 맛있어,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 물어보는데, 아이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엄마한테는 비밀인데 선생님이 해주신 밥이 훨씬 맛있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영양교사가 이 이야기를 해주는데 한참을 웃었다.


## 학교 특별실 위치를 잘 아는 아이


신설 준비할 때부터 아이를 가끔 행정실에 데려온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본 경험 덕분에 생님이 심부름을 시켜도 혼자 씩씩하게 잘 찾아다니고, 특별실을 잘 모르는 형누나들에게도 길을 잘 안내해 줬다고 아이는 내게 자랑을 한다. 신설학교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슬기로운 학교생활!

육아휴직도 좋지만, 이런 특별한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에게는 아빠와 함께하는 특별한 추억을, 나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 6개월이었다. 이것이 바로 신설학교만의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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