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11. 코난이 된 행정실장

전기세 미스터리

by 한승재

## 아들이 인질? 반협박 전화의 진실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귀찮은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아이를 남겨두고,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상황인데, 가끔 전 근무지 교감선생님이 전화하신다.

"아들이 아직 학교에 인질로 있다는 사실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반협박 전화를 하셔서 원하시는 답을 받아가시기도 한다. (웃픈 현실...)


나는 학교 신설부터 아이가 6년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행복하게 다니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서 시설 하자도 중요하지만 안전시설물에 대해 더 과민하게 생각할 때가 많았다. 2층 난간이 설계당 시 1500mm이었지만,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1800mm로 상향 요구했으며, 설계에도 없는 창호에 모든 난간 설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공업체에서도 예산이 증가되는 사항이라 난색을 표했지만, 학생들의 안전에 관한 주장에는 다행히 수용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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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의 마음으로 추가한 창문 안전바


## 베이킹아웃 프로젝트, 극비 작전


학교에 납품되는 각종 비품과 건축자재들은 친환경 제품이라, 신경이 덜 쓰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 문제들보다 더 심각한 건, 새 건물 특유의 냄새였다. 아이들이 9월에 입학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극비 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베이킹아웃 작전'이었다. 작전은 이랬다. 모든 냉난방기를 난방 모드로 전환한다. 외부 온도가 이미 30도가 넘는 한여름인데 말이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실내 온도를 30도로 유지하며 베이킹아웃을 진행한다. 매일 퇴근할 때는 모든 교실 문을 꽁꽁 닫고 난방을 작동시켰다. 건물 전체를 거대한 오븐으로 만드는 셈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었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베이킹아웃을 위해 학교에 나와서 환기 작업을 해야 했다. 한여름에 사우나 같은 건물에서 창문을 열고 닫는 일을 반복하니 정말 고역이었다. 그 결과는? 8월 전기세 고지서를 받아보고 기절할 뻔했다. 무려 700만 원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아이들의 안전이니까.

(실제 전기세 고 지료)

## 협상의 달인, 전기세 해결법

8월 전기세 고지서를 받아 든 순간, 예상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깜짝 놀랐다. 개교 전까지 신설학교 건물을 시공업체와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전기세 부담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역시 업체에 일부 부담시키자는 생각으로 작전을 세웠다.

베이킹아웃 했다는 건 일절 말하지 않고, 수도광열비 정산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 또한 정확한 사용량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건축소장님과 협의가 필요했다. 나는 소장님께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소장님, 생각보다 전기세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정확한 산출이 어려우니 반반씩 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장님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의심하는 듯한 눈치로 되물으셨다.

"아니 개교도 전인 8월에 왜 이렇게 전기세가 많이 나왔지?"


12-3.png 전기세 고지서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소모적인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필살기가 떠올랐다. 그동안 여러 협상에서 써먹었던 마법의 공식이었다. "소장님, 전기세가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인천교육발전을 위해 힘써주시면 학교나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한 마디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소장님의 표정이 누그러지더니 곧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역시 명분론은 어떤 상황에서든 강력한 무기였다. 누가 교육 발전을 위한 일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결과는 거의 완벽했다. 업체에서 350만 원을 부담해 주기로 했고, 학교에서는 나머지 350만 원만 부담하게 되었다. 애초 '반반씩'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달성한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때로는 구체적인 논리나 수치보다 상대방이 거부하기 어려운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특히 교육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웬만한 이견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12-4.png 협상을 통해 업체와 비용을 분담한 전기세 부담 요청 공문


## 미스터리의 시작: 이상한 전기세


학교가 개교한 이래로 동시에 개교한 두 곳의 학교는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었다. 특히 전기세요금이 교장선생님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우리 학교보다도 규모가 훨씬 크고 학생수가 많은 한*초등학교가 우리 해든초등학교보다도 전기세가 너무나 적게 나와 내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교장선생님은 절약 대작전에서 들어가시고는, 매시간마다 복도를 돌아다니시며 불필요한 조명을 끄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말씀하셨다.

"실장님, 낭비되는 전기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나 역시 학교 근무가 이곳이 처음도 아니고, 대략 이 정도 금액이면 다른 학교와 비교해 봐도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장선생님의 걱정은 계속 깊어져만 갔다. 급기야 교장선생님께서는 유지관리 업체에게까지 전기 낭비 요소가 있는지 점검까지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유지관리 업체 담당자는 우리 학교 전기요금이 과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학교들의 전기요금 고지서 복사본까지 가져왔다.


그런데, 점점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옆 신설초등학교 전기요금이 백만 원대로 나왔던 것이다. 해당 학교 직원들과 이야기해 보니 그들은 오히려 전기요금이 너무 적게 나와서 좋아하는 눈치였다. 같은 조건, 같은 시설, 같은 시기에 개교했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점점 들었다.

이 상황을 교장선생님께 보고하자 절약 대작전은 더더욱 강화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서 우리 학교 전기 사용량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작되었다.


## 수사본능 발동: 진실을 찾아서


나는 본능적으로 순간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를 직감했다. 그래서 한전 요금센터에 전화했다. 와이프가 수사관이라 그런지, 나도 수사본능이 발동했다!

과연 한*초등학교의 전기세 미스터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발견한 충격적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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