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임시사무실, 완벽한 준비
벌써 두 번째 임시사무실 입주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설학교로 발령받은 주무관님들을 위로해 드려야 할 시간이었다. 한 분은 육아휴직 후 복직하신 분이고, 다른 한 분은 강화도에서 오신 분이었다. 또다시 여자 주무관님들만...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1기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사전 준비를 완료했다. 발령받으신 분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 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뭐야? 신설학교 아무것도 아니잖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시스템 구축, 나라장터 및 학교장터 회원가입, 각종 인증서 발급, 통장 및 카드 발급, 구매해야 할 모든 비품까지 사전 결정을 완료했다.
## 완벽주의의 이유
"직원들에게도 배울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평생 신설학교를 몇 번이나 가겠는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굳이 안 해도 될 일들을 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럼 나는 왜 혼자 다 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내 욕심 때문이다. 신설학교 업무가 문제없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랐고, 이 일조차 마지막이 될 수 있어 기록화하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내가 직접 해봐야 했다. 그리고 신설학교 업무 강사도 하고 있기에, 업무를 모르면 다른 분들에게 알려드릴 수가 없었다. 발령받은 직원들이 주로 한 일은 모든 결정된 사항들을 품의하고 시스템에 발주하는 업무였다. 물론 공사가 필요한 것들은 내가 직접 품의하고 계약까지 진행했다.
## 예상치 못한 복병, 추가 공사
때론 신설학교임에도 공사가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신설학교인데 무슨 공사를 하냐고? 이번에는 하게 되었다. 시공상 전기 콘센트를 추가 설치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상시전원도 사전 설치가 필요했다. 교육청 전기담당 주무관에게 모든 걸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공사 잔액을 학교 혁신공간에 전부 투입해서 지원해 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놈의 혁신공간! 정말 골칫덩어리였다.
어쩔 수 없이 현재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전기시공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다. 추가 설치 범위가 상당했다. 각 층 정수기 배관 연결에 따른 추가 콘센트, 특별실 상시전원, 급식실 에어커튼 설치 콘센트 등등...
견적 금액을 받아 든 순간, 눈이 뒤집어질 뻔했다. 부가세 포함 2천만 원이었다.
## 협상의 달인, 본색 드러내다
물론 층별 시공 내역이 많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했다. 아직도 전기공사가 진행 중이기에 인건비는 세이브될 수 있었고, 자재정도만 추가하면 비용이 많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 교육청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도 억울한데 견적 금액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기담당 주무관도 어쩔 수 없다며 학교에서 조금만 양보해 달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신설학교 연속 2회 공모 행정실장이다. 업체를 친절하게 후려치는 게 내 전문이었다. 전기담당 주무관님에게 정중하게 부탁전화를 드렸다.
"학교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공사 금액을 어느 정도는 다운시켜 달라고 시공업체에게 전달해 주세요."
## 반값 협상의 심리전
교육청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었는지, 시공업체 소장님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실장님, 솔직히 공사 섹터가 워낙 넓어서 인건비 및 자재비 포함하면 비싸지 않습니다."
사실 이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디스카운트를 받아야 했다.
"학교 사정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비용을 낮춰드리라고 회사에서 연락받았습니다. 얼마 정도를 원하시나요?"
바로 그때였다. 내가 준비한 필살기를 꺼낼 시간이.
"저는 산출 내역 상관없이 반값 시공을 원합니다. 신설학교는 공사로 책정된 예산이 없습니다."
소장님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전화기 너머로도 느껴졌다.
## 게임 엔딩 대사
이럴 때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마법의 대사 한 마디면 충분했다.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전기공사할 때 일하시는 상주 인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재비 정도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학교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반값 정도의 비용으로 공사를 해주신다면 인천교육발전을 위해 학생과 학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게임 끝이다. 사실 내가 반값을 부른 이유는 개략적인 공사 금액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 학교에서 상시전원 공사를 시공한 적이 있었고, 자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시 추가 내역까지 포함하면 개략 1,200만 원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반값 정도면 학교에서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제안했던 것이다. 며칠 후 전기 소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실장님! 말씀하신 대로 대표님께서 반값으로 진행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공사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네! 잘 부탁드립니다!" 힘차게 답변했다. 또 한 번의 완벽한 승리였다.